[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베트남 여행을 앞둔 사람들은 이른바 '동지갑'을 만들어 쓰곤 합니다. 동지갑은 작은 클리어파일에 베트남 화폐 단위를 칸마다 적어놓고 넣어서 쓸 수 있게 만든 지갑입니다. 화폐 단위가 커서 한화로 체감이 잘 안 되기 때문인데요. 대략적으로 0 하나를 떼고 2로 나눈 숫자보다 살짝 크다는 감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6일 기준으로 5만동은 한화 약 2710원입니다.
쿠팡에 '동지갑'을 검색하면 나오는 판매 목록 화면. (사진=쿠팡)
최근 베트남 출장에서 화폐 단위가 너무 크다 보니 적응하는 데 한참 걸렸습니다. 한번은 물건을 사러 갔는데 12만동이라길래 6만원인줄 알고 왜 이렇게 비싸지 싶어서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돌아가는 길에 생각해보니 12만동은 6만원이 아닌 6000원인 거죠. 6000원은 또 너무 저렴하다고 느꼈거든요. 어쨌든 다시 돌아가서 구입했습니다.
베트남 동의 화폐 단위가 큰 이유는 베트남이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은 어려운 경제상황 타개를 위해 1986년 경제시스템을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도이모이’ 개혁을 시행했습니다. 도이모이 개혁으로 1986년 당시 3.4%에 불과했던 경제성장률이 1990년대에 들어서서 아시아 외환위기 이전까지 8~9%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1992년까지 극심한 인플레이션도 경험했는데요. 도이모이 개혁을 실행한 1986년 물가상승률이 무려 453%에 달했습니다. 1987년과 1988년에도 각각 360%, 374%의 인플레이션을 겪었죠. 1993년에서야 8.4%로 안정됐습니다.
베트남이 개혁 후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은 이유는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 부족에 주요 원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하면서 그동안 억눌려있던 물품 가격들이 상승해 베트남 정부 예산의 구매력이 떨어졌는데요. 베트남은 이를 화폐추가 발행으로 보충하려고 했습니다.
통상 물가가 상승하면 시중 통화량을 줄여 화폐가치를 높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물가상승은 화폐가치 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시장물가가 상승하는데 화폐를 추가 발행하면 화폐가치가 낮아져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죠. 이런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베트남 동/달러 환율은 2002년 1만1202동이 될 때까지 빠르게 평가절하 됐습니다. 현재 1달러는 약 2만4252동입니다.
베트남은 지금까지도 다양한 개혁을 추진중인데요. 팜민찐(Pham Minh Chinh) 베트남 총리는 2023년을 ‘국가 디지털 데이터 원년’으로 선포하고 국가디지털전환위원회 의장으로 2023년 핵심 행동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베트남 정보통신부(MIC)에서도 베트남의 데이터 통합 관리 및 디지털 환경 개선을 위한 행동계획을 승인하는 등 베트남은 국가 산업 전 분야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에서 가장 보편적인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를 2024년부터 순차적으로 금지하겠다는 구상도 있는데요. ‘가능할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의 개혁이 기대됩니다.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