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4차 산업 시대에서는 변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아버지가 했던 문구사업만 그대로 계속했다면 회사는 문을 닫고 말았을 겁니다."
아버지가 1999년 창업한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여상훈 빅드림 실장은 "아버지 회사의 온라인 매출 거래처와 매출 데이터 등의 자산을 이용해 회사가 성공적으로 변화할 수 있었다"며 가업 승계시 시대 흐름에 맞춘 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공공기관에 다니던 여 실장은 아버지가 운영해온 빅드림이 대형 마트 거래선 단절로 어려움을 겪게 되자 2015년 회사에 합류했습니다. 사업체를 되살릴 근본적 방법을 찾고자 우선 배송 업무부터 맡았습니다.
여상훈 빅드림 실장이 지난 1일 경기도 분당 사무실에서 과학교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이내 문구 도소매 유통업의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온라인 판매도 시작해봤지만 문구 유통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로 경쟁이 치열한 데다 저단가에 노동집약적 산업이라는 점, 그리고 디지털 기기의 문구 대체 흐름 등 외부 요인으로 성장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사업 다각화로 돌파구를 찾아야겠다고 마음먹은 여 실장은 회사가 그간 쌓아온 온라인 기반 데이터를 수집하는 한편 국내외 교육 관련 박람회 등을 다니며 시장조사에 매진했습니다.
그러던 중 세계적으로 융합형 인재교육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을 포착, STEAM(과학기반 융복합 교육) 교구로 눈을 돌려 에듀테크 시장에 진출하게 됐습니다. STEM 교구 브랜드인 '티처스'를 론칭한 것인데요. 2021년 한국과학창의재단 올해 우수과학문화상품 대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300여 곳이 넘는 초등학교에 방과 후 학습 교재로 납품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STEAM교구와 연동이 가능한 교육용 로봇(가칭 티처봇)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그가 회사에 발을 들여놓을 때만 해도 10억원대에 머물렀던 매출은 지난해 6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그가 신사업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가 일궈놓은 문구 유통사업에서 크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매출이 발생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업이 커갈수록 걱정도 늘어가고 있습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STEAM 과학교구 제조업 매출이 전체의 50%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그는 "아버지의 기업을 이어받아, 다각화하고 성장시켰음에도,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 특례를 받으려고 알아보니 주 업종이 변경돼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증여세 과세 특례나 가업상속 공제를 받으려면, 주 업종이 바뀌면 안 됩니다. 빅드림의 경우 도소매 유통업으로 시작했으나 현재 과학교구 제조업 매출이 50%를 초과하면서 주 업종이 바뀌어, 해당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여 실장은 "회사를 키워가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성장할수록 세금부담이 커질 거라고 생각하니 동력이 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증여세 과세 특례 혜택을 받으면 세율이 10%에 불과하지만 일반 증여일 경우 세율은 최대 50%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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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계에서는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고도 업종 변경 제한 요건 때문에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업종요건은 기술과 노하우를 이전하기 위해 가업을 잇는 기업에는 혜택을 준다는 취지지만, 중소기업계에서는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산업 지형도가 급변하는 현 상황에서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가업승계에서 업종변경에 제한을 두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합니다.
그는 "영세한 기업은 전문경영인을 구할 수 없어 자식이 물려받지 않으면 사업이 없어지고 만다"면서 "작은 규모의 기업일수록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처할 수 있도록 업종 유지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