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내년 세계 경제의 불안 요인으로 중국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중국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연착륙을 시도 중이지만 부정적인 의견이 만만찮습니다. 하필 홍콩H지수로 인한 ELS 손실 사태가 겹쳐 공포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위기가 너무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내년 중국 증시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중국 연일 하락…홍콩H 5500 붕괴
12월 중국 증시가 연일 하락 중입니다. 지난 5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로 하향 조정한 이후 낙폭이 가팔라졌습니다.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이 조정된 것은 2017년 이후 처음입니다.
무디스는 중국 정부가 대규모 채권을 발행해 지방정부와 국영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중국의 재정과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부동산시장의 위험을 경고했습니다. 무디스가 예상한 2024년, 2025년 중국의 GDP성장률은 각 4.0%. 2026년부터 5년간은 평균 3.8%로 지금보다 많이 둔화된 성장 전망이 담겼습니다.
무디스 발표 직후 중국 정부는 성장률이 긍정적인 추세 유지하고 있고 부동산과 지방정부 위험은 통제 가능하다고 반박했으나 증시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지난달 말 3000선 위에 있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일주일 만에 2960대까지 내려왔고 11월말 5857로 마감했던 HSCEI(홍콩H)지수는 11일 장중에 5500선이 무너졌습니다. 5500포인트는 최근 삼성증권이 제시한 홍콩H지수의 하단입니다.
중국 증시 하락에 투자자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홍콩H지수 하락으로 인한 ELS 손실 이슈가 겹쳐 투자자들의 부정적 인식이 더욱 확대된 모습입니다. 이에 은행권이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상품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증권사들도 하나둘씩 동참하는 분위기입니다.
중국정부 금리인하 등 지원 나서
다만 중국 증시의 낙폭이 깊어질수록 기회를 찾으려는 투자자도 늘고 있습니다. 이들은 현재 중국이 처한 위기가 과대 포장된 것은 아닌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번 위기의 출발점이었던 부동산시장은 여전히 불안해 보입니다. 공급 과잉이 여전한 상황에서 건설사 부도 위험이 커지다 보니 신축보다 구축거래가 활발합니다. 주택을 분양해도 청약이 감소해 부동산 업체들의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에 중국 정부가 나섰습니다. 일단 정책금리를 20bp, 지준율을 50bp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택 구입 지원을 위해 모기지금리를 50bp 이상 낮추고 구매 제한을 완화할 예정입니다. 주택을 구입할 때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도 확대할 방침입니다.
인민은행이 정책은행 통해 도시재정비 사업에 연간 1조위안 규모로 10년간 지원할 예정입니다. 다만 부동산 개발업체들에게 공급하는 유동성은 상위 50개 업체로 제한했습니다. 상위 50개업체 비중이 전체 부동산 개발업의 22.5%에 불과하고, 유동성 공급 부담도 은행에 집중되는 등 부양책이 제한적인데다 공급 과잉을 해소하는 데 4~5년은 걸릴 것이란 평가가 있으나, 일단 정책 효과로 내년 1~2분기 부동산 지표는 완만히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경기부양을 위해 중국 정부의 위안화 국채 발행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정부가 찍어낸 국채는 주로 중국의 은행과 기관들이 사들입니다. 정부의 부채비율은 어쩔 수 없이 오르겠지만 당장 크게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닙니다.
무디스의 등급 전망 하향 후 중국의 지방정부들이 발행한 그림자 부채 LGFV가 다시 주목받았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지방정부가 발행한 채권이 7조~11조달러(1경4000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으며, 일부 경제학자는 이중 4000억~8000억달러가 디폴트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그림자 부채에 대한 지적은 10년 전에도 있었고 시장이 계속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하향 충격이 오래가진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13년 이후 네 차례의 신용등급 전망이 조정됐을 당시 주식시장에 미친 충격은 <표>에서처럼 단기간에 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무디스의 등급 전망 하향 후 S&P와 피치는 아직 별다른 언급이 없는 상황입니다. 피치는 중국 신용등급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적이 있으나 아직 아무런 조치가 없습니다.
“중국 버블 터진다”…‘○반꿀’의 등장?
올해 미국에서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가 예상을 밑돌 때면 오히려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을 멈출 거라는 기대감이 커져 주가가 오른 것처럼, 중국을 보는 투자자들도 실물지표가 나쁘게 나와 중국 정부가 강력한 부양책으로 개입하길 바라는 눈치입니다. 적극적인 개입을 바라는 것입니다.
중국 정부의 경제 부양 의지는 이달 중순에 열리는 중앙경제공작회의(CEWC)에서 윤곽이 잡힐 예정입니다. 12월 경제공작회의는 올해의 경제를 평가하고 내년 정책을 확인하는 이벤트로, 여기에서 내년 3월에 열리는 양회의 정책목표가 설정됩니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단기 부양정책의 방향과 중장기 전략입니다. 부동산 부양책을 통해 단기적으론 연착륙을 유도하고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부실을 구조조정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보다 적극적이고 구체화된 부양책이 나온다면 위축된 심리도 다소 누그러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중국 증시는 2년 연속 하락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중국 상하이지수가 2년 연속 하락한 것은 2004년, 2005년 이후 없습니다.
올해 중국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여러 차례 강조하고 배당금 분배와 자사주 소각을 결합한 정책 회람을 발표하는 등 투자 유인을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여기에 내년에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위안화 환율이 올라 통화·재정정책을 쓰기에도 한결 나아질 전망입니다.
최근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중국의)대공황이 임박했다며 금, 비트코인 투자를 권유했습니다. 오랫동안 중국 투자를 추천했던 짐 로저스는 인터뷰에서 중국의 국가부채가 과도해 버블이 터질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지고 있으나 투자자라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