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혹시 올해 유행하는 패딩 디자인을 아시나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숏패딩'이 유행이라고 합니다. 거리를 걷다 보면 실제로 숏패딩을 입은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더라고요.
사실 저도 10월 말에 갈색 숏패딩을 샀습니다.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았거든요. 패션을 위해 하체를 포기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날이 그리 춥지 않아서 숏패딩으로 충분히 지낼 수 있지만 다음 주부터는 한파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무조건 롱패딩을 입어야 할 시기가 찾아온 거죠. 장롱 속에 고이 넣어 뒀던 롱패딩을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생존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던 롱패딩이 뜬금없이 조롱을 당하고 있습니다.
'패딩 거지'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저는 출근길 라디오에서 '패딩 거지'라는 말을 처음 듣게 됐습니다. MZ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로, 숏패딩이 아닌 유행이 지난 롱패딩을 입은 아이들을 비하하는 말이라고합니다. 비싼 패딩을 매년 사줄 수 없어 예전에 산 롱패딩을 입은 아이들이 조롱당하는 말이죠.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부모들이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70만원, 그 이상을 호가하는 패딩을 매년 사줄 수 없는 노릇일 텐데 말이죠. 롱패딩은 사실 패션 아이템보다는 생존 아이템으로 여겨지던 게 아닌가요?
결국 부모들은 혹시 내 자녀가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할까 울며 겨자 먹기로 숏패딩을 사준다고 합니다. 자녀의 롱패딩은 부모님이 대신 입고 말이죠.
언제부터 우리는 유행에 뒤쳐지는 사람을 거지라고 부르며 비하하게 됐을까요? 저는 이 모든 게 일상 생활에서 '맘충', '급식충', '한남' 같은 용어들을 죄의식 없이 사용하는 어른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이 먼저 갖은 편견을 버리고 올바른 시각과 태도로 사회를 바라본다면 아이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2023년 유행하는 숏패딩. (사진=뉴시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