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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1인 시위부터 소송 예고까지…진흙탕 된 HMM 매각
산은 우선협상자 발표 3주째 지연
입력 : 2023-12-12 오후 3:54:54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HMM(011200)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를 앞두고 입찰에 참여한 동원그룹이 소송을 예고하는 등 매각 과정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해양진흥공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을 선정하는 데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데다 HMM 노조까지 가세해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어 산은의 연내 매각 추진이 막힐 수 있습니다. 
 
HMM 육·해상노조는 12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4일째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노조는 '윤석열 대통령께 올리는 상소문'이라는 제목의 팻말을 들고 "3조원 빌려서 HMM 유보금 10조원을 약탈하려는 해운기업 사냥꾼들을 경계해 달라"며 인수후보로 나선 하림·동원그룹과 산업은행·금융위원회를 비판했습니다. 
 
본입찰을 마감한 지난달 23일 산업은행은 1~2주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는데요. 3주째에 접어들었지만 아직도 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발표가 지연되는 이유는 하림이 제시한 조건 때문으로 전해졌습니다. 하림은 산은·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의 주식 전환 3년 유예, 인수 후 5년간 주주변동 제한에서 JKL파트너스 제외 등 조건 수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하면 하림그룹의 HMM 지분율은 57.9%가 유지됩니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하림의 지분은 38.9%가 되는데요. 이 경우 하림은 3년 동안 배당금을 2850억원 더 챙길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동원그룹은 이 때문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영구채 전환 3년 유예라는 조건이 애초에 제시됐으면 인수 금액을 더 높여 썼을 거라는 입장입니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겸임교수(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물류학박사)는 "이번 입찰은 절차적 공정성과 매각 범위에 대해 아직도 논쟁이 있다"며 "산은이 애초 잔여 영구채 처리에 대해 명쾌하게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산은이 매각 유찰을 우려해 협상 여지를 은근히 남겨놓으려 했다가 자충수가 됐다는 설명입니다. 구 교수는 "우선협상대상자가 되고 나서 조건을 협상해야 하는데 선정 과정부터 조건 관련 잡음이 일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주주변동 제한에서 JKL파트너스를 제외시켜 달라 한 것도 사모펀드가 먹튀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말도 안되는 요구"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갈등이 정부 부처 간 다툼으로 번지는 양상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산업은행은 연내 매각을 마무리 짓고 싶어 하지만, 해양수부 산하 해진공은 인수 주체가 해운업을 감당할 만한지 확인하기 전까지 산업은행의 꼭두각시 노릇은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업계에서는 하림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최종 인수는 어려울 거란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산은이 배임 논란을 피하기 위해 하림에 여러 가지 조건을 추가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하림이 끝내 이를 감당하지 못할 거라는 겁니다. 
 
노조 리스크도 여전합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하림은 입찰 심사 차 HMM을 방문하게 됩니다. 노조 측은 "결의대회를 포함해 하림 측 심사를 저지하기 위한 무력 시위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HMM 노조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HMM 노조)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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