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본부들은 '갑질' 논란이 종종 불거집니다. 여러 종류의 '갑질'이 있지만, 보통 물품강매를 통한 갑질이 대중적(?)인 방법입니다.
서울시가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40개 이상 가맹점을 운영 중인 치킨·커피 가맹본사를 조사한 결과, 대상 업체 30곳 중 29곳이 일회용품과 일반 공산품 등까지도 부적절하게 필수품목에 포함했다고 조사됐습니다.
특히 고무장갑과 빨대, 물티슈, 냉장고, 오븐 등 판매 제품의 품질과 관련이 없는 소모품도 포함된 경우가 많았는데요. 필요할 때마다 소량으로 개인적으로 구매하면 더 싸고 필요한만큼만 살수 있지만 본부의 강매때문에 필요이상으로 많이, 더 비싸게 사게 된다는 것이죠.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즉각 조치에 나섰습니다. 최근 공정위의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가맹계약서를 작성할 때 가맹 대리점이 의무적으로 정해진 곳에서 사야 하는 필수품목 종류를 계약서에 기재해야 한다는 것이죠.
10월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IFS 프랜차이즈 창업 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창업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한 필수품목의 종류와 공급가격 산정 방식을 계약서에 필수적으로 기재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개정안은 결국 앞으로 가맹본부가 필수품목을 마음대로 정할수 없고 가격 산정 방식도 알려야 한다는 것이죠.
이에 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가맹본부들은 사실상 가맹사업이 불가능해진다고 얘기합니다. 갑질을 하니 강력한 제재를 하게 되고, 강력한 제재를 하니 사업을 하기 힘들어지죠. 지금과 같은 가맹사업 체계에서는 이 고리가 '무한 반복'될 뿐입니다.
그럼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깔끔하게' 가맹점주들에게 로열티를 받는게 가장 잡음이 없고 확실한 수익화 방법이라고 얘기합니다. 근데 왜 못하냐고요? 바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기 떄문이죠.
한상호 영산대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지난달 16일 열린 '필수품목 제도 개선 정책세미나'에서 "가맹본부와 점주간 상호발전적 재정립을 위해서는 '정률 로열티'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며 "미국의 경우 필수품목 관련 분쟁이 없는 대신, 외식업 가맹점들이 10% 이상의 로열티와 2% 가량의 마케팅비를 낸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점주들은 지금의 '조삼모사'식의 로열티 없는 가맹점은 있을 수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죠. 대신 가맹본부도 무리한 필수품목 강매로 정률 로열티 이상을 뺏는게 아니라 같이 상생하는 가맹사업을 영위해야 할 것입니다.
유태영 기자 t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