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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가 그동안 미뤄왔던 새 회계기준(IFRS17·IFRS9)을 도입했지만 아직 과도기적 단계로 수익성이나 자본적정성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따르고 있다. 회계 가정에서도 여러 조정이 있었던 만큼 내년부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여러 변수들이 여전히 존재함에 따라 특정 부분에서는 향후 전망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IB토마토>는 이를 핵심 포인트 중심으로 살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업계가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원수사 기준 단 한 건의 거래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적정 시기가 지난 매물이 다수 쌓여있지만 기업 가치 평가와 가격 산정에서 원매자와 격차가 있는 상태다. M&A 시장에 찬 바람이 부는 가운데 보험업계는 재무적 안정성에 새 회계기준(IFRS17) 불확실성까지 겹쳐 내년 전망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보험사 M&A 거래 0건…K-ICS 걸림돌 된 KDB생명·MG손보
KDB생명은 2010년 KDB산업은행 계열로 편입된 이후 총 다섯 차례 매각을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실패로 돌아갔다. 올해는 IFRS17 도입과 함께 적용된 신 지급여력제도 K-ICS가 문제로 작용했다. KDB생명의 K-ICS 비율은 1분기 47.7%, 2분기 67.5%다. 금융당국의 연착륙 장치인 경과조치를 적용해도 각각 101.7%, 140.7%로 저조하다. 보험업법에서는 지급여력 수치가 최소 100%를 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금융당국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KDB생명은 하나금융과 매각 작업을 거치면서 K-ICS 비율 제고에 힘을 쏟았는데, 산업은행 지원을 기반으로 △신종자본증권 2160억원 차환 △후순위채 2100억원 발행(제10회차 900억원과 제11회차 1200억원) △유상증자 1000억원 등으로 자본을 확충했다. 그럼에도 추가적인 자본 확보가 요구되는 상황인 만큼 원매자 입장에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매각가 자체는 2000억원 정도로 알려졌으나 추가 자본 확충에는 조 단위가 언급된다. 지난 6월 기준 지급여력금액과 기준금액을 단순 계산해서 살펴보면, 경과조치 전 K-ICS 비율을 150%까지 올리기 위해서는 제11회차 후순위채(9월)와 유상증자 대금(9월)을 고려해도 1조1000억원이 요구된다. K-ICS 비율 100% 기준으로는 3000억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
MG손해보험도 자본적정성 수준이 매각 과정에서 근본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당국 경영관리에 놓인 MG손해보험은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공개 매각을 주도 중이다. 매각 작업은 예비입찰 단계도 넘지 못하고 있는데, 대주주 사모펀드 JC파트너스와 금융당국의 소송 문제도 있지만 K-ICS 비율이 62.1%(올 상반기 경과조치 전 기준)로 낮아 자본확충 부담이 있어서다.
MG손해보험이 K-ICS 비율을 150%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서는 상반기 지급여력금액·기준금액 기준으로 9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K-ICS 비율 100% 기준으로는 약 4000억원이다.
자기자본 외에 수익성도 문제인데 KDB생명은 올 3분기 기준 결손금 규모가 1902억원에 달한다. MG손해보험도 적자가 지속되면서 결손금이 2602억원으로 불어났다. 지급여력 문제와 함께 경영정상화 역시 과제로 존재하는 셈이다. 내년 매각 전망도 불확실한 이유다. 원매자의 포트폴리오 다변화보다는 기업구제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KDB생명의 경우 산업은행이 어느 규모로 추가 지원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가치 평가 애매한 롯데손해보험…전진법 적용 시 '적자'
롯데손해보험은 손해보험사로서 IFRS17 체계서 성장성이 생명보험사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본적정성도 올 상반기 기준 K-ICS 비율 143.2%(경과조치 후 190.6%)로 양호한 편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보험사로서 현재 M&A 시장에서 거론되는 매물 가운데 실질적 가치가 큰 우량 매물로 언급된다.
다만 롯데손해보험의 기업 가치가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롯데손해보험은 IFRS17 체계에 맞춰 보험영업 포트폴리오를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하고, 새로운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올리는 데 집중했다. CSM은 미실현이익인 만큼 미래 수익의 성장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해당 수치가 높을수록 보험사의 가치 역시 높게 평가될 수 있다.
(사진=롯데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기업 가치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최대 3조원까지 언급되기도 했는데, 금융투자 업계서는 이례적으로 평가 리포트를 내면서 이를 반박한 바 있다. SK증권리서치센터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1조2000억원에서 2조원 수준이라고 분석하면서 정확한 기업 가치는 3분기 금융당국의 IFRS17 가이드라인 적용 후까지 살펴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롯데손보는 올해 3분기 가이드라인이 적용된 실적으로 순이익 2629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이는 회계변경과 관련해 소급법을 적용한 수치다. 소급법은 금융당국이 제도 변경에 따른 리스크 완화를 위해 일시적으로 조치한 것으로 원칙적으로는 전진법을 적용해야 한다. 롯데손보 실적은 전진법 적용 시 –57억원으로 적자다.
특히 투자영손익 변동성에 대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금리상승과 시황 악화, 대체투자 문제로 FVPL(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에서 지속적으로 손실이 발생해서다. FVPL 평가 손실은 올해도 3분기 누적 –751억원을 나타냈다. 보험영업 구성에서 퇴직연금(특별계정) 비중이 높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IFRS17이 도입된 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 회계제도에서 거둔 실적에 대해 기본적인 의문이 여전히 존재한다"라면서 "가격 산정도 문제지만 원매자 입장에서 기업평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다. 최소 결산 실적이 나온 이후에나 특정한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설명했다.
꾸준히 거론되는 동양·ABL생명…GA 업계도 예의주시
중국 다자보험그룹 소속의 외국계 생명보험사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M&A 시장에서 꾸준하게 거론되고 있다. 특히 ABL생명은 올해 한차례 매각을 추진하고
BNK금융지주(138930)가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결국 철회됐다.
ABL생명 매각이 무산되고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가 중단되면서 재차 부각된 곳이 동양생명이다. 동양생명은 K-ICS나 수익성 모두 우수한 중견 생명보험사로 우량 매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다자보험이 ABL생명 매각 움직임을 실제 보였던 만큼 동양생명도 잠재적 매물로 꼽힌다.
(사진=ABL생명)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교보생명의 손해보험사 인수도 내년 적극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교보생명은 악사(AXA)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 인수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악사손해보험은 구 교보악사자동차보험으로 교보생명이 지난 2020년에도 인수를 추진했던 바 있는 곳이다.
원수 보험사 외에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에서 M&A가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보장성보험이 IFRS17 체계서 더욱 중요해지면서 설계사 채널에 대한 원수사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보장성보험 판매에 따른 신계약 CSM 확보에는 설계사 수가 핵심으로 작용한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이와 관련 "자본력이 풍부한 GA들을 중심으로 중소형 GA 인수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실제
삼성생명(032830)과
한화생명(088350)이 적극적으로 GA 인수 의사를 밝혔으며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설명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