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변호인을 맡고 있는 김정민 변호사는 "박 전 단장 사건을 통해 군의 지휘권이 작동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습니다.
10년 간 군 법무관으로 복무한 뒤 2012년 예편해 변호사로 활동하며 군 관련 사건을 다뤄 온 김 변호사는 12일 <뉴스토마토>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는 "하급자들의 반기가 군 전체에는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라면서도 "그만큼 군 지휘관들의 민주적 성향이 약하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군 검찰을 향해서도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의 압박을 받아 수사를 뒤덮으려는 황당무개한 행동을 하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며 "권력과 한 몸이 돼 입속의 혀처럼 놀아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 7일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단장의 첫 공판이 열렸습니다. 공판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예상했던 대로 검찰은 침묵 모드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법원 첫 기일에 사건에 대한 쟁점 정리를 하는데, 이 사건은 쟁점 정리가 없었습니다. 무엇이 사건의 쟁점이고 무엇을 규명해서 재판을 이끌어갈 것이냐는 큰 그림이 없었습니다.
-그럼 첫 공판에서 김 변호사는 어떤 주장을 하셨습니까.
첫째,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사건에 개입을 했는 지가 이 사건의 핵심입니다. 대통령의 개입이 항명 사건에 영향이 있는 지 없는 지 확인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군검찰이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내용을 보면 대통령의 개입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이동호 변호사의 언론 기고 논평인데, 대통령은 군통수권자이니 수사에 개입할 권한이 있다는 겁니다. 이같은 간접 증거를 통해 군 검찰이 무엇을 입증하려는 걸까요. 대통령이 개입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걸 입증하려는 겁니까.
둘째, 군 검찰 측은 이첩 보류 지시가 수사에 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는 주장을 합니다. 국방부도 수사가 아니라 입건 전 조사라고 이야기합니다. 수사와 조사에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뭔가를 밝히기 위해 따져보는 것이 조사이고 수사인데, 본질적으로 다른게 아닙니다.
군사경찰법 시행령에 보면, 수사에 대해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수사가 아니라고 해야 독립성 부분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거죠.
군인 사망 사건에 대해 원인이 된 범죄를 인지해 경찰로 넘기는 행위를 이첩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런데 군 검찰은 이첩이 아니라는 황당한 주장을 합니다. 대통령 시행령 뿐 아니라 군사법원법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주장들이에요.
군검찰은 해병대 수사단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조사 권한만 있을 뿐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이첩 권한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때문에 해병대 수사단이 넘긴 것은 수사 서류가 아니라 수사 자료라고 주장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수사 자료는 마음대로 뺏어와도 되는 겁니까. 개입의 정당성을 만들다 보니 정확한 법의 성격을 흐리게 만들고 있는데, 위법한 행위입니다. 결국 본질은 헌법 파괴 행위입니다. 개정된 군사법원법을 부인하고 있는 겁니다.
"군 검찰 역주행, 권력과 한 몸"
-군 법무관으로 10년 간 복무도 하셨고, 변호사로도 군 관련 사건들을 많이 다뤘습니다. 이번 사건을 기준으로 봤을 때 군의 태도에 변화된 것들이 있습니까.
군사경찰은 변화했고 개선됐습니다. 문제는 군 검찰이 역주행을 하고 있다는 거죠. 과거 사건들을 보면 경찰이 덮으려 하고, 검찰은 밝히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휘관들은 경찰의 손을 잡고 검찰을 찍어 누르려했던 것들을 많이 봐왔죠. 그래서 군 사법개혁 얘기를 해온겁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보면 국방부 장관이 설사 대통령의 압박을 받았다고 해도, 장관이 수사 기관을 뒤덮으려 하는 황당무계한 행동을 하는데 군 검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습니다. 정신차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사태를 보면서 군 검찰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군 검찰을 독립시키면 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잘하기는 커녕 권력과 한몸이 돼 입속의 혀처럼 놀아나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권력을 주기 위해서 우리가 독립을 시킨 게 아니잖아요.
검찰 고유 기준과 판단에 따라 법조인의 양심대로 민간 검찰처럼 운영되길 바랬는데, 지금의 군검찰은 조선시대 의금부를 떠오르게 합니다.
-대통령의 개입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대통령에 대한, 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검찰은 그런 두려움을 가지면 안됩니다. 검찰이 두려워 해야 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아서 약자가 피를 보고 다치는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검찰이 존재할 이유가 없는 거죠.
이번 사건에서 박 전 단장에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요령이 없었다는 겁니다. 위법한 외압을 대처하는 수단은 문서화를 요청하는 거에요. 문서화를 하지않으려 한다면 수사보고서를 써야 합니다. 박 전 단장도 수사보고서를 하나 만들었지만 부족했습니다. 법무관리관이 어떤 이야기를 했고 어떤 지시가 있었다라는 점을 자세히 적었어야 한다는 거죠. 상급자들은 그런 부분을 무서워합니다. 어떻게보면 박 전 단장도 권력 투쟁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고 봐야겠죠.
- 해병대 예비역들이 자발적으로 박 대령을 격려하기 위해 거리 행진도 하고 집회도 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국민들이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해병대 모토가 '정의와 자유를 위하여'라고 합니다. 군 전체를 통틀어 굉장히 낯선 가치라고 볼 수 있죠. 그런데 임성근 1사단장이 군인권센터를 비난하면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을 닮았다고 했어요. 자기를 공격하는 사람은 '빨갱이'라는 논리입니다. 군 자체에 굉장히 전체주의적이고 봉건적이면서 독재 지향적 가치관이 팽배해 있는거죠.
그래도 해병대 예비역들은 정의와 자유라는 가치를 지켰습니다. 충성이라는 가치만 따진다면 정당하든 아니든 시키는 대로만 하게 되겠죠. 그리고 이를 어기면 중대 국기 문란으로 판단하는 것이 지금 군의 모습입니다. 때문에 이번 사건 역시 군기 문란으로 보고 항명으로 입건하고 보직을 해임한 겁니다. 장관의 지시가 정당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상황이죠.
해병대 예비역들은 자유와 정의라는 가치를 쫓고 있는데, 소위 먹물 꽤나 먹었다는 군 검찰관들 중에는 정의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는 상황입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박 전 단장이 사단장을 입건하지 않겠다고 보고가 올라갔을 때 격노했어야 하는겁니다. 거꾸로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지 않으면 어떤 국민이 납득하겠냐고 해야 합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 김정민 변호사가 지난 12일 본인의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의롭지않은 명령, 충성받을 수 없어"
-하급자들에게 책임을 다 미루는 임성근 사단장의 진술서가 공개됐습니다. 대대장들은 임 사단장을 공수처에 고발하기도 했어요. 이런 사단장의 태도가 앞으로 군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보세요? 이게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봐야 되나요?
군 전체가 이 사건을 놓고 충격에 휩싸여 있습니다. 대령이 장관을 들이박고, 대대장들이 사단장을 들이박고, 전역한 예비역 병장까지도 사단장을 고발하지 않았습니까. 상급자에게 반기를 드는 이 상황 자체가 군 전체에는 충격인거죠.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일인데요. '왜 해야 하냐'를 넘어 '하면 안된다'라는 말이 나온 겁니다. 여기에 대해 군이 충격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군 지휘관들의 민주적 성향이 약하다는 얘기에요.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거죠. 그렇다면 이런 목소리가 지금까지 없던 걸까요? 그간 힘에 억눌렸거나 여러 이유로 하지 못했던 겁니다.
심지어 박 전 대령이 처음 반기를 들고 나왔을 때, 군 수뇌부는 배후가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포섭을 했다는 거예요. 생존 해병에게도 똑같은 프레임을 씌우고 있습니다. 굉장히 충격적이고 고쳐져야 할 부분입니다.
생존 장병이 예비역을 달자마자 고발을 했다는 건 현역에 있을 때는 면종복배했다는 거죠. 그건 정의롭지 않기 때문에 복종받을 수 없는 겁니다. 진정한 충성을 받을 수 없는 거죠.
임성근 사단장의 진술서를 보면서 법적 관점에서는 일부 동의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임 사단장이 변호사는 아니지 않습니까. 국민들이 임 사단장에게 별 2개를 붙여준 이유가 뭔가요? 변명을 잘하고 증거를 잘 대서 그런게 아니지 않습니까?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을 용서할 국민이 있습니까? 핵심은 지휘관이 작전에 실패한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거죠.
작전 실패에 대해서 본인이 책임을 져야합니다. 그런데 이제와서 자기는 작전을 하지않았다니, 황당한거죠. 작전은 본인이 지시하고 대대장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니 대대장들도 반발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사단장을 처벌한다고 대대장들 본인이 면책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너무 분하니까 상황이 이렇게 된거죠.
-책임을 회피하고 의혹 당사자들은 진급하고 사단장은 정책 연수가고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군 지휘부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것 아닙니까.
원래 신뢰가 없었던 것 아니에요? 냉정히 말하면 지휘권이 작동되지 않는 현실을 보여준 겁니다.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우리 국방에 도움이 되는 거죠. 지휘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현실로 봤고 대책을 세울 수 있는 겁니다.
다소 혼란스러울 수는 있지만 이 상황이 우리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 문제 자체가 부각되면서 치유되는 과정을 거쳐 성장하고 군은 훨씬 단단해집니다. 아무 생각 없는 조직보다는 그래도 고민하는 조직이 좀 더 나은 거예요.
박 전 단장이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최면 치료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심리치료사가 박 전 단장에게 순직 해병의 시신을 보는 장면을 떠올리라고 했어요. 그때 박 전 단장이 정신줄을 놓을 정도로 굉장히 괴로워했습니다. 그런데 박 전 단장이 순직 해병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라고 약속을 해요.
사실 권력의 추로 생각했을 때 순직 해병이 강자입니까, 대통령이 강자겠습니까. 현직 대통령과 어떤 비교가 가능하겠어요. 힘의 논리로만 보면 비교할 수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순직 해병의 모습 앞에서, 쓰러져 간 생명 앞에 죄책감이 든거죠. 그때 저는 박 전 단장의 저런 생각으로 이번 사건이 잉태된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