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한 유전자 가위 치료제가 영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처음으로 승인을 받으며 본격적인 유전자 가위 시대가 열렸습니다.
DNA의 일정 구간을 잘라내거나 바꿀 수 있어 신약 개발, 식품 등 응용 분야가 다양하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법 체계와 규제가 뒤따르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최근 미국 버텍스 파마슈티컬스와 스위스 크리스퍼테라퓨틱스가 공동 개발한 유전자 가위 치료제 '카스제비(미국명 엑사셀)'에 대한 품목 허가를 내줬습니다. 치료제 개발에는 2020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유전자 가위 분야의 3세대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이 사용됐습니다.
유전질환 5만5000개 가운데 약 58%는 점 돌연변이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염기 편집으로 절반 이상을 치료할 수 있다면 유전자 가위는 질병 정복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국내에서도 유전자 가위 치료제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가 1세대 유전자 가위인 징크핑거 단백질(ZFP) 연구를 바탕으로 설립된 툴젠의 리딩 파이프라인은 샤르코마리투스병 치료제 TGT-001로 현재 전임상 막바지 단계에 있습니다.
이 밖에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와 혈우병 치료제 프로그램을 후속적으로 개발 중입니다. 진코어는 초소형 유전자 가위 기술에 도전하고 있는데요, 지난 6월 차종합연구원, 차바이오텍과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서울대병원 안과 김정훈 교수팀(김형범 연세대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교수)은 한 단계 더 진화한 4세대 유전자 가위인 '프라임' 기술을 적용해 선천 망막 질환 치료제를 연구 중입니다. 2021년 프라임 기술로 유전자 교정에 성공했으며, 인간화 마우스 모델 등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확했으나 비용 등의 문제로 임상 시험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서는 현재 유전자 가위를 활용한 유전자변형생물체(LMO)가 유전자변형식품(GMO)과 동일한 규제를 받고 있어 상업화, 수출 등에서 여러 제약이 많아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또, FDA처럼 유전자 편집 치료제 개발을 위한 가이던스가 없고, 규제가 엄격해 뛰어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빛을 발하고 있지 못한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FDA는 2022년 각 단계에서 고려해야 하는 사항에 대해 밝힌 유전자 편집 치료제 개발을 위한 가이던스 초안을 발표하고, 데이터를 단계적으로 보완해 나가며 유연한 규제로 기술 발전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LMO법 개정을 통해 유전자 가위 관련 육성법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며, 새로운 기술이 들어올 때 정부가 강력한 로드맵을 가지고 가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높은 임상 비용도 기업들에게는 부담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임상에 대한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