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하면서 그동안 지연됐던 대규모 투자가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지분 싸움을 걸어오면서 두 형제간 대립이 장기화될 경우 약속한 투자계획이 더디게 흘러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14일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회사의 올해 투자액은 지난해 보다 59% 증가한 1조2055억원이지만 3분기까지 집행한 투자실적은 3310억원에 그쳤습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지난해 한국타이어는 2026년 상반기까지 총 2조1000억원을 투자해 미국 테네시공장을 증설하기로 했습니다. 증설을 완료하면 생산 규모는 연간 승용차 및 경트럭용 타이어 1100만개, 트럭 및 버스용 타이어 100만개 등 총 1200만개로 늘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조 회장이 지난 3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면서 오너십 공백에 따른 투자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는데요. 실제 올 초 화재가 발생했던 대전공장은 조 회장이 구속 기소되면서 전소된 공장이 철거된 상태로 있는데다 대규모 투자 및 인수합병(M&A) 등도 모두 멈춘 상태입니다.
결국 한국타이어는 지난달 1일 올해 투자계획을 기존 1조원 수준에서 5000억원 내외로 줄였다고 밝혔습니다. 테네시 공장 증설 투자 이연 및 대전공장 현대화 비용 축소에 따른 것입니다. 대규모 투자가 지연되면서 한국타이어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지난해 말 1조1394억원에서 올해 3분기 1조8385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조 회장이 지난달 28일 보석으로 풀려나면서 해외공장 증설 등 지연된 투자들도 다시 속도가 붙을 것이란 기대가 컸는데요. 보석 직후인 지난 5일 조 고문이 국내 최대 사모펀드사인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지분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업계에선 조 고문 측이 경영권 확보보다는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조 회장을 흔들겠다는 노림수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7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 돌파가 유력시 되는 등 실적 개선에 탄력이 붙은 한국타이어 입장에서 이번 경영권 분쟁은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내년에는 실적 호조와 함께 헝가리 공장 증설 추진에 따른 생산량 확대가 기대됐는데요. 한국타이어는 2027년까지 7589억원을 투자해 트럭·버스용 타이어 생산 라인을 신설, 유럽 판매를 대폭 끌어올릴 방침입니다.
한국타이어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사진=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당초 2018년 3782억원 투자계획을 세웠지만 코로나19와 글로벌 타이어 업황 악화 등으로 미뤘다가 최근 조 회장 복귀에 맞춰 증설 계획을 다시 세우면서 투자금액도 2배가량 늘렸죠. 경영권 분쟁으로 최대주주가 바뀌거나 조 회장이 경영에 매진하기 어려울 경우 투자가 또 다시 지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 신사업과 미래 투자를 이끌었던 조 회장과 달리 MBK가 최대주주로 올라설 경우 안정적인 경영 보다는 단기간 내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춰 사업이 무리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편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이 분쟁 해결을 위한 개입 의사를 내비치면서 MBK의 공개매수가 실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조 회장의 지분이 42.03% 달해 조 명예회장이 지분 매입에 나설 경우 조 회장은 우호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장 분석입니다.
현재 주당 공개매수가는 주가 보다 낮은 2만원으로 조 고문측이 오는 15일까지 공개매수가를 올리지 않고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2만원대를 계속 유지할 경우 공개매수는 실패하게 됩니다.
한국앤컴퍼니 관계자는 "경영권이 흔들릴 정도의 위기상황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