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송강, 그에 대한 첫 기억은 드라마나 영화(프로필 상에는 현재 출연했던 영화가 없습니다)는 아니었습니다. ‘국민 예능인’ 유재석이 진행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미추리’에서 당돌한 언행으로 함께 출연한 선배 출연자들을 당황하게 만들던 모습이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특별하게 출연했던 작품 필모그래피가 없었습니다. 프로필상 키가 무려 186cm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키만 멀대 같이 큰’ 딱 그런 모습의 예쁘장한 얼굴. 그게 송강에 대한 기억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이어 드라마에 얼굴을 간간히 내비치며 연기력을 선보인 그는 넷플릭스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특유의 순정만화 이미지로 좋은 인상을 남깁니다. 그런 그가 다음 작품으로 선택한 건 놀랍게도 괴물이 된 한 소년의 얘기입니다. 넷플릭스 시리즈이면서 동명의 인기 웹툰을 영상화 시킨 ‘스위트홈’이었습니다. 기존 괴수 서사와는 전혀 다른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낸 ‘괴물화’ 그리고 괴물이 된 세상, 그 세상이 그려나가는 아포칼립스. 그 속에서 인간과 괴물의 중간 어딘가에서 홀로 괴로워하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는 소년 ‘차현수’. ‘키만 멀대 같이 큰’ 그리고 얼굴만 예쁘장하다 느꼈던 이 배우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연기가 나올까’ 싶을 정도로 뒤바뀌었습니다. 송강은 ‘스위트홈; 세계관 속에서 이른바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이끌고 작품 세계관에 살아 숨쉬는 현실감을 불어 넣는 확실한 동력의 중심에 우뚝 서 버렸습니다. 지금도 시즌1 마지막 처연한 눈빛으로 걸어가는 차현수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모습이 배우 송강이라고 도대체 그 누가 믿을까 싶을 정도였습니다. 시즌1이 공개된 뒤 무려 3년이 지난 지금 시즌2에서도 송강은 차현수로 여전히 살아갔습니다. 송강과 함께 ‘스위트홈 시즌2’에 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배우 송강. 사진=넷플릭스
일단 전 세계가 K콘텐츠 신드롬에 휩싸였던 시기, ‘스위트홈 시즌1’의 인기는 글로 표현이 안될 정도로 엄청났습니다. K콘텐츠를 넘어 K크리처 장르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상당히 탄탄한 완성도를 자랑했습니다. 시즌1이 마무리되면서 당연히 마지막화에서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더 하는 엔딩이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시즌2에 대한 소식은 해가 바뀌고 또 바뀌어도 오픈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또 흘러서 3년이 지난 뒤 시즌2가 공개됐습니다.
배우 송강. 사진=넷플릭스
“주변에서 너무 오래 동안 안 나와서 궁금하다는 말씀들을 많이 들었어요. 우선 3년 사이 작품을 계속하면서 상대 배우에 대한 생각과 배려의 필요성 등을 더 많이 느끼고 공부하게 됐죠. 시즌1을 할때의 송강보다는 시즌2에서의 송강은 3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그 만큼 성장한 뒤 임하는 것이기에 분명 다른 자세로 임했던 것 같아요. 상대의 호흡과 의견에 많이 집중했었어요. 이렇게 거대한 작업은 분명 소통과 배려가 필수적이란 것을 정말 뚜렷하게 배운 것 같아요.”
배우 송강. 사진=넷플릭스
시즌1이 끝난 뒤 꽤 많은 시간이 흐르고 다시 만난 ‘스위트홈’입니다. 송강은 잠시 이별했던 ‘차현수’와 만나기 위해 스스로 많은 부분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시즌1에서 자신이 어땠는지 그리고 시즌1에서 함께 했던 출연자들과 어떤 관계로 묶여 있고 어떤 관계로 대립했었는지. 세밀하게 계산하고 또 그 계산을 기본 바탕으로 전체의 틀을 이해하고 들어가야 했습니다. 한 번 경험해 본 세계관이지만 전혀 다른 세계관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배우 송강. 사진=넷플릭스
“시즌2 촬영 전 시즌1을 다시 한 번 쫙 훑어봤죠. 많이 어린 티가 나더라고요(웃음). 시즌1에서 제가 현수에 대해 써 놓은 일지와 기록 등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접근은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요. 현수와 꽤 오래 떨어져 있었는데 금방 만나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차별점이라면 시즌1에선 감정적으로 어린아이처럼 보였다면 시즌2에선 성숙함을 보여 주려 했어요. 담백하게 최대한 누르면서 표정으로 많은 것이 드러나길 바라면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스위트홈 시즌2' 스틸, 사진=넷플릭스
불편한 질문이 될 수도 있지만 가장 직접적인 질문일 수도 있을 듯합니다. ‘스위트홈 시즌1’ 인기의 가장 큰 지분은 바로 ‘차현수’ 때문입니다. 이걸 부인할 ‘스위트홈’ 팬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싶습니다. 그래서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이 폭발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스위트홈 시즌2’에서 송강의 분량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스위트홈’ 팬들의 원성이 컸습니다. 송강은 민망한 웃음을 지으며 해명 아닌 해명을 했습니다.
'스위트홈 시즌2' 스틸, 사진=넷플릭스
“(웃음)일단 그건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닌 작가님의 권한이라. 하하하. 시즌1에 비해서 분량이 적은 건 사실이에요. 근데 제가 다 말씀 드릴 수는 없는데, 작가님과 감독님이 어떤 의도가 있으실 거에요. 시즌1에선 차현수가 인간과 괴물의 중간에서 고민하는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시즌2에선 새로운 존재들에 대한 설명들이 많을 겁니다. 일단 시즌2와 시즌3를 동시에 촬영했어요. 시즌2는 시즌1과 시즌3의 중간 단계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을 듯합니다. 시즌3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이 해소되실 거에요(웃음).”
배우 송강. 사진=넷플릭스
앞서 잠시 언급했지만 송강은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일지를 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일기가 될 수도 있고, 인물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스스로가 그 인물을 분석하고 만들어가는 작업 과정의 기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송강은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 마다 자신이 연기할 인물과 현실의 자신 사이에 존재하는 거리를 좁혀 나간다고 합니다. 이런 과정, 송강만의 전매특허처럼 입소문이 나 있습니다.
배우 송강. 사진=넷플릭스
“너무 과찬이시고. 그냥 특별한 형식이 있는 건 아니에요. 어떤 작품을 하느냐에 따라서 일기처럼 쓰기도 하고, 어떤 작품에선 마인드맵처럼 작업을 해서 인물에 접근해 나가기도 해요. 이 과정을 통해 해당 인물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구분해 보는 거죠. 어떤 인물을 연기하든 결국은 내 안에서 시작을 하니 이런 과정을 통해 거리를 좁혀 나가는 거에요. 차현수는 이런 과정을 통해 내 안에 있을지 모를 외로움이나 부끄러움을 끌어 내려 노력했죠.”
배우 송강. 사진=넷플릭스
송강에겐 아마도 ‘스위트홈 시즌2’ 그리고 이미 촬영을 마무리한 시즌3가 민간인 신분에선 마지막 작품이 될 듯합니다. 이미 내년 상반기 입대를 결정한 상태입니다. 내년이면 30세입니다. 다소 늦은 나이일 수도 있습니다. 입대를 앞둔 심정, 남자라면 싱숭생숭할 것이 뻔합니다. 하지만 송강은 의외로 싱글벙글입니다. 많은 것이 기대가 되고 또 뻔한 대답일 수도 있지만 ‘당연한 걸 하는 것 뿐’이라며 웃습니다.
배우 송강. 사진=넷플릭스
“화생방 훈련이 진짜 고통스럽다는 데, 어느 정도인지 지금도 되게 궁금해요(웃음). 입대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그것도 기회라고 생각하고 많은 것을 다잡고 올 생각입니다. 1년 반이란 공백기가 있지만 그걸 공백기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듯해요.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더 좋은 모습으로 더 성장하는 시간으로 사용하면 저한테는 또 다른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더 발전하고 더 좋은 모습의 송강으로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