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금리 하락 전환에 리츠(REITs) 주식들이 강세 행진을 벌이고 있습니다. 리츠 랠리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습니다. 국내 상장된 미국 리츠 상장지수펀드(ETF)들은 단기간에 20% 넘는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미국 리츠 ETF들은 –1%대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한달 넘게 이어진 상승 랠리를 쉬어가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11월부터 한 달 넘게 이어진 상승 뒤의 조정입니다.
부동산펀드 불확실…리츠는 한숨 돌렸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발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피봇(전환) 선언과 다름없는 것으로 해석돼 전 세계 금융시장이 환호했습니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 논의가 있었다”고 발언한 것이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단순히 그간의 긴축정책을 마감하는 것을 넘어 예상보다 금리 인하 시기가 앞당겨지고, 인하 횟수도 0.25%포인트씩 2회에서 3회로 늘어나 총 0.75%포인트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으로 무게가 쏠렸습니다. 실제로 연준의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나타낸 점도표는 내년 말 기준금리를 4.6%로 예상했습니다. 지난 9월의 전망치였던 5.1%보다 0.5%포인트 더 떨어진 것입니다.
예상보다 더욱 완화적인 발언이 나오면서 금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기업, 가계, 대출뿐 아니라 올해 큰 이슈였던 리츠(REITs) 종목들의 투자자들도 한숨 돌리는 분위기입니다. 똑같이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라도 미국과 유럽 등지의 부동산에 투자했다 큰 평가손실을 입은 부동산펀드는 존속기한이 정해져 있어 금리가 떨어져도 운용사가 보유 자산을 매각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반면 리츠는 영속성이 강해 대출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곧바로 주가에 반영돼 연일 상승했습니다.
“12월 조정 후 2024년 재상승”
리츠의 종주국인 미국에 상장된 개별 리츠종목들은 보유자산의 성격에 따라 등락률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올랐습니다. 숫자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는 어렵고, 미국 리츠에 투자하는 국내 ETF만 해도 20% 이상 오른 상태입니다.
현재 국내에 상장된 미국 리츠 ETF는 KODEX 다우존스미국리츠(H), TIGER 미국MSCI리츠(H), ACE 미국다우존스리츠(합성H) 등 세 종목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들은 모두 10월 말을 저점으로 지난주까지 꾸준히 올랐습니다. ACE 미국다우존스리츠(합성H) ETF는 미국 FOMC 결과가 전해진 14일 3.86% 급등하면서 7만9470원으로 마감했고 15일엔 8만원을 뚫고 8만1000원에 마감했습니다. 10월31일 주가가 6만5270원이었으므로 약 한 달 보름만에 24%나 오른 것입니다. KODEX 다우존스미국리츠(H)는 같은 기간 9719원에서 1만2220원으로 25% 상승했습니다. TIGER 미국MSCI리츠(H)는 1만294원에서 1만2735원으로 23% 상승, 세 종목 모두 20%를 훌쩍 뛰어넘는 강세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12.4% 오른 코스피의 2배에 달하는 성과입니다. 리츠들이 금리 향방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1년 넘게 이어진 금리 상승기에 받았던 타격에 대한 반작용으로 풀이됩니다.
KODEX 다우존스미국리츠(H)와 ACE 미국다우존스리츠(합성H)의 기초지수는 ‘Dow Jones U.S. Real Estate Index’로 같습니다. TIGER 미국MSCI리츠(H)는 ‘MSCI US REIT Index’를 사용합니다. 기초지수 때문에 생기는 성과 차이는 크지 않지만 보수율와 분배율(배당)은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에프앤가이드 보수율 기준으로 KODEX 다우존스미국리츠(H) ETF가 0.27%로 가장 낮습니다. 평균 분배율(주가 대비 분배금 비율)도 4.09%도 무난한 편입니다. ETF의 보수는 주가에 녹아있습니다.
요즘 같은 때는 미국 증시에서 직접 개별 리츠종목이나 리츠 ETF를 매수하는 것보다 국내 상장 ETF를 선택하는 편이 낫습니다. 세 종목이 모두 환헤지가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정점을 찍고 하락한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 1300원을 오가는 원달러환율도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리츠를 직접 매수하면 주가가 올라도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손으로 이익이 훼손될 수 있지만 환헤지를 한 국내 ETF는 괜찮습니다.
기다리던 주가 조정이 나온 만큼 단기 상승에 대한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최근 금리 낙폭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선반영한 것으로 해석되는만큼 단기적인 시각보다 길게 보고 접근해야 합니다.
한화투자증권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지나친 낙관을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내년 미국 리츠의 전망이 여전히 견조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유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점도표에 따르면 기준금리는 5%까지 인하될 수 있고, 역사적인 (미국채)10년물과의 최대 역전폭 100bps를 고려하면 시장금리는 4%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12월 횡보 또는 소폭 약세 후에 2024년 이후 다시 상승세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