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금융위원회가 ‘주요 회계제도 보완 방안’을 발표하며 신외감법 시행 5년 만에 일부 완화했으나 재계 반발은 여전합니다. 가장 큰 갈등거리인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지정감사제)에 대해 별다른 조치 없이 ‘유지’ 결정을 내렸기 때문인데요. 재계에선 감사인의 과도한 권력 남용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2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의결돼 공포일인 지난 19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지난 6월 금융위가 지난 6월 기업 회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발표한 회계제도 보안 방안을 법제화한 겁니다.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기업들은 신외감법에 따른 부담을 일부 완화하게 됐는데요.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 시기가 2029년으로 연기됐고, 감사인 직권지정 사유도 일부 완화했습니다. 신외감법이 일부 완화했지만, 재계의 불만은 여전합니다. 급격한 회계보수 증가와 감사인 권한강화의 원인이 된 지정감사제는 그대로 뒀기 때문입니다.
지정감사제, 자격미달 회계사 과도한 요구…'갑질' 논란까지
그래픽=뉴스토마토
기업들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는 회계부정 적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부작용이 심한 단기처방에 불과하다는 입장입니다. 정부가 법률로 감사인을 지정하면서 사실상 감사인의 우월적 지위를 법률로 보장했다는 주장인데요.
한 재계 관계자는 “지정감사제로 상장기업들이 제일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감사인의 의견이 바뀌는 것”이라며 “지정감사인들은 리스크 해지를 중요시하는데, 직권 지정 상장회사의 경우 문제가 있으니 필요는 하겠지만 주기적 지정에까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말했습니다.
일부기업에선 밀착한 기업에는 편의를 봐주고 외부평가에 특정 기관의 선임을 유도하는 등 ‘갑질’이 난무하단 주장을 하는데요. 앞선 관계자 역시 지정감사제 이후 자격미달의 회계사들이 과도한 요구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한 회계법인은 올해 내부회계관리제도가 면제되는 A상장기업에 자산 1000억원 미만의 기업도 모두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우겼다”면서 “항상 ‘을’의 입장에 있는 기업들은 회계법인이 무리한 요구에도 반발은커녕 겁부터 먹는 상황인데, 잘못한게 없어도 문제있는 기업처럼 인식하고 대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회계업계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일부 인지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올해 3월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한국공인중개사회의 의뢰로 한국회계학회가 진행한 ‘회계개혁제도 평가 및 개선방안 연구’에서 회계업계는 “회계감사인은 엄격한 감사가 재무정보의 신뢰성 제고로 이어진다 인식하고 있는 것과 달리 기업은 감사서비스 품질의 하락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정감사인의 엄격한 감사(계약협의, 자료제공, 의견형성 등)가 기업에게는 갑질행위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식 차이에 대한 해소가 필요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기업들은 감사인의 독립성 확보를 넘어 오히려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정감사인 제도 자체의 완전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데요. 국내 상장사 중 지정감사인의 선임 비중은 이미 2021년 50%를 초과한 상황에서 지정감사인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장사들의 협상력은 더욱 낮아진 설정입니다.
상장협 관계자는 “감사인이 독점적 지위를 가지게 되면서 감사보수가 급격하게 상승했고 잦은 감사인 교체로 감사품질 저하 문제는 오히려 심화했다”며 “감사인의 독립성은 지정제가 아닌 다른 제도적 정비로 대처하고 주기적 지정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회계업계에서는 지정감사제 도입으로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기존 ‘영업’ 중심이던 외부감사가 ‘품질’ 중심으로 전환됐다고 자평하고 있는데요,
회계업계 관계자는 “주기적 지정 대상기업의 감사의견 변경 증가는 신규 감사인의 새로운 시각에 따른 효과”라며 “재무제표 수정이 증가하는 것 역시 기업들의 자발적인 재무보고 품질 향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회계감사가 중요한 이유가 투자자 보호 때문인데 회계감사가 제대로 안돼 나중에 회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금융위원회.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