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러·우 전쟁 장기화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끊어내기 위해 현지 공장을 한화 14만원에 현지 업체에 매각한다고 지난 19일 발표했습니다.
삼성전자 LG전자도 러시아에 법인을 두고 생산 공장을 두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에 TV·모니터 공장이 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현지 공장에 수급돼야 하는 부품을 실어 나르는 해상 물류가 차질을 빚으며 작년 3월 선적 중단 동시에 현지 공장 가동을 멈춰 세웠습니다.
같은 해 8월 LG전자도 모스크바 외곽에 위치한 루자 지역에 가전·TV 생산 공장 가동을 멈췄습니다. 두 기업의 현지 생산 공정이 멈추자 러시아 현지 매출은 곤두박질 쳤습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판매 법인에서 발생한 당기순이익은 2019년 763억8500만원, 2020년 1200억원, 2021년 935억3000만원에서 러우 전쟁 발발한 지난해 당기순손실 48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습니다.
LG전자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회사 연결감사보고서를 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각각 888억6900만원, 1243억3100만원, 1096억원을 기록한 당기순이익은 작년 232억5600만원 손실로 돌아섰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쟁 발발 이전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35%를 유지하며 선두를 달렸지만 전쟁 이후 2%로 급락하면서 삼성전자 자리를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리얼미, 샤오미 등이 꿰찼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전자업계는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지 공장 가동 중단으로 방어는 하고 있지만 현대차처럼 매각이라는 결단에 신중한 입장입니다. LG전자 관계자는 “향후 운영 방안에 대해 다각적 검토하고 있다”고 했고, 삼성전자도 “현재까지 현지 공장 운영 계획이 나온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자업체들의 신중 모드는 철수 이후 시장 재진입 시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을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 칼루가 보르시노 공업단지에 약 6만평 규모의 TV 공장 건설에 5700만달러를 투입해 러시아 가전 시장 지배력을 넓혀갔고 약 10년 후인 2016년에는 모스크바에서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통해 중국에서 칼루아 공장까지 부품과 소재를 납품해와 물류비용까지 절감하는 공급망을 갖췄습니다. 그런데 현지 공장을 매각해 철수하면 10년간 쌓아온 시장 지배력과 물류 공급망이 사라져 버립니다. 또 시장 재진입 시 이 같은 공급망 구축과 현지 공장 건설 가동에 막대한 투자비용이 들어 쉽게 철수라는 카드를 꺼내들기 어려운 구조로 해석됩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철수 의사 결정을 내릴 때는 향후 해당 시장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있다”면서 “현대차는 러시아 시장을 향후 어떤 추가적 투자 계획 등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되어서 과감한 의사결정을 한 것이고, 삼성 LG전자는 여전히 러시아 시장이 중요도가 높다고 보기 때문에 빠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제품 가격이 코로나19 속 원자재 가격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해상 물류 악화로 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TV 평균 판매 가격을 전년 대비 약 32% 올렸다. LG전자도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을 각각 10% 가량 인상했다.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에 삼성 TV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