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6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 대한항공 KE1952편이 기체 결함으로 회항해 정비를 받고 있다. 이 항공기는 9시18분께 이륙했지만, 엔운항 중 엔진 결함이 발견돼 40분만에 회항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 팬데믹으로 3년간 가로 막힌 하늘길이 올 들어 차츰 열리다 하반기엔 완전 개방했습니다. 그런데 3년 동안 하늘을 날지 못한 기간 동안 항공기에 기름칠을 제대로 하지 않은 까닭에서인지 최근 국내항공사들이 잇따라 기체 결함으로 결항하거나 회항한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는데요. 항공기 사고는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전’이 가장 최우선이 되어야 합니다. 항공사 자체적으로도 꼼꼼한 정비에 나서겠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제대로 안전 점검에 나서고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은 지난 10월부터 기체 결함에 따라 항공기를 회항하거나 결항하는 사건이 4차례나 있었습니다. 우선 지난 10월 30일 인천공항 출발해 괌으로 향하는 TW303편은 긴급 안전 점검차원에서 회항을 했습니다. 같은 달 중순에는 베트남 다낭공항에서 출발해 대구공항으로 향하는 TW130편 기체 결함으로 이륙 30여분 만에 회항해 사실상 목적지까지 7시간 40분 늦었습니다.
지난 3일에는 베트남 나트랑에서 청주공항으로 향하는 TW156편 기체 고장으로 8시간 지연됐고, 지난 10일 오전 10시 5분 출발 예정이던 김해발 김포행 TW962편에서 기체 결함이 발견돼 결항을 결정했는데 이때 승객들은 기내 탑승 중에 이같은 내용을 전달받아 활주로에서 한 시간 이상 대기를 해야만 했습니다. 특히 대체편을 못 찾아 김해에서 김포까지 이동하도록 버스 4대를 투입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인 지난 11일 오전 0시 40분(현지시간) 방콕 돈므앙공항에서 출발해 청주공항으로 오려던 티웨이 TW184편 여객기 이륙이 8시간 이상 지연돼 승객 185명 태운 여객기 이륙 직전 '탄 냄새'가 나며 긴급 정비에 나서고 결항했습니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숨이 찹니다. 티웨이항공 기장은 "정비사들 사이에서 예비 부품이 필요한데 회사에서 비용 절감 차원에서 속도감있게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LCC인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에어서울은 지난 7월 엔진 교체라는 대대적 정비가 필요했는데 예비 엔진이 없어 김포~제주 노선 15편을 무더기 결항 시켰습니다. 대형항공사이자 한국 국적기를 달고 전 세계를 누비는 대한항공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에어서울 한 기장은 "타사 대비 기재가 턱없이 부족한 회사는 6대로 최대한 노선에 투입하려고해 정비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9일 오후 5시쯤 인천공항 출발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향하던 대한항공 KE671편에서 기장이 조종석 창문 바깥쪽에 난 실금을 발견, 비행 40여 분 만에 제주도 인근상공에서 방향을 돌렸습니다. 회항한 항공기는 저녁 8시18분 인천공항으로 돌아왔고, 탑승객 252명은 같은 기종의 대체편을 타고 같은 날 밤 10시20분에 다시 쿠알라룸푸르로 출발했습니다.
국적사의 기체 결함 발생이 여름을 지나 빈번하게 발생하는데, 아이러니한 점은 지난 11월부터 항공안전을 담당하는 국토부 4명이 국적사 11곳을 찾아 안전점검에 나섰다는 점입니다. 길게는 나흘에 걸쳐항공사의 안전점검을 나서섰음에도 안전에 대한 비상 경고를 알리는 기체결함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 점검한 내용을 아직 정리하지는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항공사 안전에 있어서 주무부처의 핀셋 점검이 필요해 보이는 때입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