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서울 경복궁 담벼락이 스프레이 낙서에 훼손되는 사건이 두 차례 연달아 발생했습니다.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법원도 '엄벌'로 다스리는 추세라, 법조계에서는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는 견해가 우세합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9일 오후 용의자 2명을 체포했습니다. 사건이 처음 발생한 지 사흘 만입니다.
이들은 모두 10대 미성년자로, A군은 지난 16일 경복궁 담장 일대에 스프레이를 이용해 '영화 공짜' 문구와 함께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등을 낙서한 혐의를 받습니다.
범행 당시 A군과 동행한 B양은 낙서엔 직접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엄정하게 처벌하겠다는 원칙을 밝혔습니다.
이들이 훼손한 경복궁은 국가지정문화재로,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문화재보호법 위반과 재물손괴입니다.
문화재보호법 92조 1항에 따르면 지정문화재를 손상, 절취,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합니다.
실제로 문화재에 스프레이 낙서를 해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2017년 9월 40대 남성이 사적 제153호 울산 울주군 언양읍성 성벽과 주변 학교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낙서를 한 사건입니다.
이 남성은 당시 미국을 비하하는 문구 등 욕설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규정된 범죄"
법조계에선 이번 사건의 사회적 파장을 고려했을 때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게 법조계 중론입니다. 강력한 처벌을 통해 문화재 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성훈 법무법인 현림 변호사는 "여러 양형 사유를 참작해야겠지만 이 같은 범죄에 대한 국민 관심도가 높고 처벌을 통해 경각심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처벌 수위보다는 더 높은 형량이 선고되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10대 미성년자라는 점이 양형 요소로 고려될 순 있다"고 말했습니다.
변경식 법무법인 일로 변호사는 "문화재보호법은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규정돼 있는 만큼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며 "경복궁이 문화재로서 갖는 고유한 가치도 고려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피의자들은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관련 낙서를 경복궁 담벼락에 쓰면 돈을 주겠다'는 지인의 제안을 받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는데, 범행을 사주한 자에 대한 처벌 가능성도 주목됩니다.
김 변호사는 "그 개인의 성향, 범죄 전력 등 인적 요소들에 따라 형량이 달라질 가능성은 있지만 대체로 교사범도 공범이기 때문에 주범의 처벌 형량을 따라가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화재청 작업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서편 담장에 칠해진 낙서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