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국민의힘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취임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보수층 결집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중도층 확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 때문입니다. 당장 한 장관이 일명 '김건희 특검(특별검사)'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어떻게 대응할지 여부가 중도층 표심을 잡는데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①김건희 특검 대응
20일 여야 관계자들은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에 취임하면 가장 먼저 맞닥뜨려야 할 과제로 '김건희 특검법'을 꼽았습니다. '김건희 특검법'은 여당의 악재이기도 하지만 한 장관의 약점으로도 꼽힙니다. 현재 국민의힘에선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습니다. "야당의 총선용 공세"라는 명분하에 일사불란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장관도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검법을 '악법'이라고 규정하는 동시에 '원칙'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다만 윤 대통령, 김 여사와 가까운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서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재섭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연석회의 후 기자들에게 "김건희 특검법 관련해서 한 장관이 무슨 발언을 하든 다 이해충돌처럼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김건희 특검' 여론조사 결과 찬성 여론이 대부분 60%가량 차지하는 상황에서 만약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에 대한 여론의 반발을 어떻게 희석시킬지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국회 재의결 과정에서 당내 표 단속을 어떻게 하느냐도 숙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②윤석열 아바타 및 수직적 당정관계 탈피
이보다 더 큰 우려는 한 장관이 소위 '윤석열 아바타'로 불릴 정도로 윤 대통령과 가깝다는 점입니다. 누가 뭐래도 윤 대통령의 최측근 검사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 한 장관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김기현 전 대표가 당을 이끌던 시절 여권의 위기가 '수직적 당정관계'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장관이 여당의 지휘봉을 잡는다면 '수직적 당정관계'가 해소되기는커녕 더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에 갇혀있고, 부정평가도 60%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의 '당정 밀착'이 더욱 굳어진다면 중도층 확장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장관으로선 윤 대통령과의 수직적 당정관계를 탈피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다만 한 장관은 '윤석열 아바타' 지적에 "전 지금까지 공직생활을 하면서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한 가지 기준을 생각하며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누구를 맹종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불법사금융 민생현장 간담회에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③이준석과의 관계 설정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 자리에 오른다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의 관계 설정에도 관심이 모아집니다. 한 장관이 이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에 어떠한 태도를 보이는지에 따라 이 전 대표의 향후 행보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으로 당정관계 재정립, 당 쇄신의 의지를 보여준다면 이 전 대표의 탈당을 막고 신당 창당의 추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이런 차원에서 국민의힘 일각에선 '한동훈-이준석 공동선대위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두 사람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접근법에 있어 분명한 차이를 드러냈습니다. 한 장관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민주당의 선전·선동용 악법"이라고 규정한 반면 이 전 대표는 KBS에 출연해 "김건희 특검법은 국민 3분의 2 이상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한 장관이 예측하지 못한 질문에 당황했던 것 같은데, 정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김건희 특검 대응, 윤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와의 관계 설정 모두 한 장관이 어떻게 해결해야 내느냐에 따라 중도층 표심 확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한 장관이 내년 총선의 승부처로 꼽히는 중도층의 지지를 받기 위해선 2012년 총선 당시 '박근혜 비대위'처럼 대통령실과의 차별화가 관건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