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세종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이른바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대통령실은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 총선 후 특검 추진 등 '조건부 수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인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메가톤급 후폭풍'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특혜를 받는 것인데요. 역대 대통령의 친인척 비리 의혹에 대한 대처와 비교했을 때 전례가 없는 일로 꼽힙니다.
여당에선 26일 야당의 김건희 특검법 추진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는 김건희 특검법을 언급,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특검이 성립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문재인정부 당시) 2년 이상 수많은 강제 수사와 압수수색을 실시했지만 아무 것도 나온 게 없다"며 "다수 의석으로 없는 죄도 만들어내겠다는 입법 폭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건희 방탄' 초읽기…윤 대통령, 사적남용 비판
앞서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정부는 전날 긴급회의를 열고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일각에서 '독소조항 제거' '총선 후 시행'을 담은 특검법 수정안을 거론했지만, 당정대는 "타협은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야당이 오는 28일 예정대로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법안을 처리하더라도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다는 입장입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발언도 최근 대통령실 내부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이관섭 정책실장은 지난 24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총선을 겨냥해 흠집 내기를 위한 의도로 만든 법안이 아니냐는 생각을 (대통령실은) 확고하게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실이 김건희 특검을 야당의 '총선용 정치 공세'로 규정한 겁니다. 이 발언으로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의 이번 거부권 행사는 부인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방탄'으로 작용하면서 '사적 남용'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은 아버지 임기 중 검찰이나 특검 조사를 받은 바 있는데요. 대통령이 가족과 관련된 일에 거부권을 행사한 전례는 없었습니다. 두 전직 대통령의 경우와 판이한데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건 '김건희 특검'에 대한 찬성 여론이 대부분 60%가량 차지하고 있는 민심에도 역행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야당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정권 몰락의 시작"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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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6개 법안 거부권…"불통·독선 국정운영"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임기 2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국회 통과 법안을 막아선 4번째 사례로 기록됩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윤 대통령은 지난 4월4일 양곡관리법, 5월16일 간호법 제정안, 지난 1일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에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계속해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불통·독선적 국정운영이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란 평가도 나옵니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특검법 통과 이후 '이틀 내'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경우 부인에 대한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마지막으로 계묘년 올 한해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또 윤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1월 중에 진행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각에선 신년 기자회견 개최가 확정된다면 1월 둘째 주 또는 셋째 주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이번 회견 때 특검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김건희 여사는 지난 15일 네덜란드 순방에서 귀국한 이후 '외부 노출'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성당에서 열린 성탄 대축일 미사에 이어 크리스마스 당일인 전날에는 서울 중구 정동제일교회에서 열린 성탄 예배에 김 여사 없이 혼자 참석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