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올 한 해 오프라인 유통 업계에서는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부진한 반면 편의점이 약진하며 채널별 격차가 두드러졌습니다.
올해의 경우 본격적인 리오프닝 효과로 외부 활동에 나서는 고객이 늘면서, 오프라인 유통 채널 전반에 걸쳐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됐던 것이 사실인데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고물가에 따른 소비 침체와 대체재인 이커머스 시장의 급부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반면, 편의점은 특유의 소비 접근성이 부각되고 지역 거점 점포로 자리매김하며 영역을 확장하는데 성공했습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 3사는 일제히 전년 대비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3분기 매출 7530억원, 영업이익 7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 31.8%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매출은 1년 새 0.9% 감소한 6043억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지만, 영업이익은 928억원으로 15.1%나 줄었습니다.
현대백화점은 롯데·신세계에 비하면 비교적 사정이 나았는데요. 3분기 매출이 58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습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798억원으로 17.4% 감소했습니다.
이 같은 백화점 업계의 부진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보복소비 여파로 몰렸던 수요층이 지속되지 못한 점과 관계가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이에 따른 소비 침체가 이어지면서 보복소비에 따른 역기저 효과가 두드러진 셈인데요.
여기에 백화점 실적을 견인했던 명품 매출이 역신장세로 돌아선 점도 한몫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전년 동월 대비 명품 매출은 지난 8월 7.6% 하락 반전된 이후, 9월 -3.5%, 10월 -3.1% 등 3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 업계 역시 분위기가 침체된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마트 매출은 지난 2013년 39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34조7739억원으로 축소됐는데요.
반면 온라인 시장 연간 매출액은 지난 2013년 대형마트보다 약간 낮은 38조4978억원 정도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209조8790억원 수준으로 급성장했습니다. 이제는 대형마트와 온라인 시장의 매출 수준을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죠.
대형마트의 경우 직접적 경쟁 상대인 이커머스 업계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꾸준히 수요층을 빼앗긴 데다, 월 2회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 금지 등 규제까지 가해지면서 수요층 유입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한편 편의점 업계의 영향력은 나날이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산자부의 '올해 상반기 유통 업체 업태별 매출 구성비' 자료에 따르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채널은 이커머스로 49.8%를 차지했고, 이어 백화점 17.6% 편의점 16.6% 대형마트 13.3% 기업형 슈퍼마켓(SSM) 2.8%로 집계됐습니다. 백화점과 편의점의 매출 구성비 차이가 불과 1%포인트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편의점 업계는 전국 약 5만4000곳에 달하는 방대한 점포를 토대로 한 뛰어난 소비 접근성을 확보하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여기에 배달, 세탁 등 시류에 맞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민하게 업역을 확대해 나가는 점도 파이 확장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 유통 업계 전문가는 "유통 업황의 온라인화가 가속화하는 만큼 덩치가 큰 백화점, 대형마트는 리뉴얼, 신규 콘텐츠 도입 등을 통한 충성 고객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반면 편의점은 규모가 작고 골목 상권에 위치해 경기 진폭에 큰 구애를 받지 않는다. 점포가 과다하게 늘어나지만 않는다면, 당분간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내부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