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석 대웅제약 신약센터장이 자사 R&D 성과와 향후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대웅제약)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20여 년 동안 신약개발에 공을 들인
대웅제약(069620)은 최근 펙수클루, 엔블로 등 자체 개발 신약과 다수의 기술 수출 계약 등을 통해 성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신약센터를 이끌고 있는 박준석 신약개발센터장은 대웅제약에서 성장한 리더로, 1996년 대웅제약 신약 연구원으로 입사해 과제책임자(PL)와 신약탐색팀장을 역임하며 기반을 다졌는데요. 박 센터장을 만나 대웅제약의 연구개발(R&D) 성과와 향후 전략에 대해 물었습니다.
-신약 개발 성과를 거둔 비결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입니다. 센터장으로 취임한 2018년에 익스트림팀을 만들었습니다. 보통 연구소는 역할별로 팀이 구성돼 있는데 자기 일만 집중하다 보니 성과가 안 나왔습니다. 하나의 과제에 각각 다른 역할을 하는 연구원들이 모이도록 해 핵심 질환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했습니다. 잘하는 분야를 기반으로 오픈이노베이션 강화를 통해 역량을 구축했습니다. 2030년까지 3개 질환에서 글로벌 TOP 20위를 달성하고, 매년 임상 및 전임상 물질 2종 이상 발굴하는 것 목표입니다.
-대웅제약 R&D 조직 특징 및 지향점은
저희는 2018년 익스트림 조직으로 대규모 조직개편을 한 이후, 올해 4월 일부 조직개편을 했습니다. 연구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변화인데, 기존 신약센터의 질환별 조직은 유지하며 쉐어드센터를 신설했습니다. 이 조직은 신약공정, 분석, 비임상연구 등 특정 과제에 무관하게 기능조직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며 신약센터뿐 아니라 다른 연구 조직에도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신약센터에서 확보한 높은 수준의 역량을 바탕으로 다른 연구조직에도 기여하고자 함인데요. 조직개편은 했지만 기존 신약조직은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전체 연구조직의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입니다.
-연구 중인 주요 파이프라인과 현황이 궁금하다
현재 30건 이상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입니다. 자가면역·암·대사·섬유증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36호 신약 엔블로와 또 다른 자가면역치료제 후속 파이프라인 DWP212525 두 개 에셋에 대해 네 개의 분야 파이프라인 파트러너링이 지난해 중반부터 열심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후보 물질인 베르시포로신(DWN12088)은 질환 특성상 임상 2상에서 환자 대상 약효를 검증해야 딜이 가능해 2025년 말이나 그 이후에 가시화될 것으로 봅니다.
-올해 대웅제약 신약센터가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현안은
빅딜이 가능한 수준의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해 신속한 임상 개발을 추진하는 것입니다. 항암, 자가면역, 비알콜성지방간염(NASH)에서 4건의 후보물질이 올해 전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DWP212525 포함 2건의 임상 1상을 진행합니다. 세 가지 질환 영역에서 글로벌 TOP 20위 달성을 위해 기술 수출, 신약개발 단계 진전도, 외부 인프라 역량 등에서 현재 갭을 분석할 것입니다. 지난해에는 신약 연구 기반 기술을 탄탄히 하는 데 목표를 두었고 올해에는 이를 이용, 클로벌 탑 수준의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해 임상 1상까지 신속히 가는 역량을 확보하려 합니다.
-우수 인재 유치를 노력과 현재 인력 구성은
어렵지만 의미 있고 도전적인 과제를 선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간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신약 위주의 과제를 했고, 연구원들이 수행하면서 어려워하지만 성장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 인성과 실력이 좋은 동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율과 책임을 중요시 하는 조직 문화에서 팀원이 ‘주인’이 되도록 장려하고 있고요. 현재 연구 인력은 박사급이 50%가 넘습니다. 다른 팀 간 협력을 위해 실험실을 같이 쓰거나 학문 측면에서 컬래버레이션을 하도록 합니다. 팀 간 연결을 통해 서로 간과했던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결국 이런 협력에 기반해 새로운 것들이 쌓이면서 대웅제약 연구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AI) 신약 개발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데
대웅제약은 국내 제약사 가운데 AI팀을 가장 먼저 만들었습니다. 현재 자체 AI팀은 신약개발을 위한 기반 구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8억종의 화합물에 대해 자체 라이브러리화해 활용 중입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신규 화합물의 물성을 AI로 예측하는 시스템을 오픈해 연구원들이 활용하기 시작했고, 올해 초에는 활성 및 약물성 예측 웹기반 예측 시스템이 오픈할 예정입니다. 기반 구축과 더불어 이미 신약과제의 유효 화합물(Hit) 도출에도 도움이 돼 과제 연구원들이 AI를 더 요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떤 리더이고 싶은지
우리 연구원들이 저와 함께 하면 “행복하게 연구하며 성과가 날 수 있구나” 하는 믿음을 주는 그런 리더가 되고 싶습니다. 신약개발이라는 성공보다는 실패 확률이 높은 업무를 10년 이상 추진해야 하기에 행복하게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주제로 평균 매달 15명과 소통하며 ‘소원 수리하는 사람’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18년 익스트림팀을 만들면서 퇴사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팔고초려’로 한 연구원의 퇴사를 막았고, 결국 그가 현재 훌륭한 리더로 성장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전망은
선진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변곡점에 와있습니다. 다만 기초 과학 분야의 인재 교육이 걱정스럽습니다. 대학에서 배출되는 석·박사들의 역량이 과거에 미치지 못하고 교수들도 기초 연구보다는 연구비를 받기 위해 다른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그로 인해 국내 제약사나 바이오텍은 유능한 유기합성 인재 구하기가 어려워 중국에 합성을 위탁하는 것이 일반화됐는데요. 최근 출범한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같이 바이오헬스 분야 미래 전략 수립, 연구 관리 등에 있어 부처의 벽을 허물고 전반적인 중앙 거버넌스의 역할을 제대로 해서 우리가 선진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분야의 인재 육성과 배출에도 역할을 하면서 연구비의 효율적 집행을 통해 과거 대비 더 높은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