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유료방송업계 전반의 성장이 둔화된 가운데 콘텐츠 제공에 대한 프로그램 사용료 분쟁도 해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유료방송은 홈쇼핑 송출수수료와 함께 수수료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인데,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입니다.
인터넷(IP)TV와 케이블TV(종합유선방송·SO) 등 플랫폼 사업자인 유료방송사는 가입자의 수신료와 채널을 사용하는 홈쇼핑으로부터 송출수수료를 받고, 이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콘텐츠 사용료'를 제공합니다. 또 지상파 방송국에는 콘텐츠를 재송신하는 대가로 가입자 당 '재송신료(CPS)'를 지급합니다. 유료방송이 지급하는 콘텐츠 사용료가 PP의 제작비 재원이 되는 구조인데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등장하며 유료방송 사업자의 성장은 정체인데 콘텐츠 제작비는 높아져 양측 사업자의 입장이 팽팽합니다.
유료방송 가입자 증가율 0%…재송신료 부담 증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634만7495명으로, 2022년 하반기(3624만8397명) 대비 0.27%(9만9098명) 증가했습니다. 가입자 수는 늘었지만 유료방송 가입자 증가율은 지난 2022년부터 0%대를 기록 중입니다. 그나마 1%대 증가율을 기록 중인 IPTV를 제외하면 SO와 위성방송 가입자는 수년째 감소세입니다.
실제 SO사업자의 방송사업 매출은 지난 2013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SO의 방송사업매출은 2013년 2조3792억원에서 지난 2022년 1조8037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이익은 4961억원에서 1309억원으로 급감했습니다.
이 가운데 넷플릭스 같은 OTT 영향으로 콘텐츠 제작비가 높아지면서, 지상파와 PP들은 콘텐츠 사용료를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홈쇼핑의 송출수수료 인하 압박과 가입자 감소를 이중으로 겪는 유료방송 입장에서는 콘텐츠 대가를 지급할 여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유료방송업계가 가입자 감소로 성장이 둔화된 가운데 송출수수료, 콘텐츠 사용료 지급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치솟는 지상파 재송신료…재원 줄어 중소 PP까지 위기
특히 업계에서는 지상파 방송사에 제공하는 재송신료 부담이 크다고 호소합니다. 지상파 재송신료는 유료방송이 지급하는 콘텐츠 사용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KBS와 MBC, SBS 등 지상파 3사는 자사 콘텐츠의 영향력을 강조하며 재송신료 인상을 주장하지만, SO 입장에서는 지상파 콘텐츠가 유료방송과 OTT, 인터넷 포털에서도 소비되는 상황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재송신 매출은 해마다 오르고 있습니다. 가입자 당 재송신료가 지난 2012년 280원에서 500원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입니다. 지상파 3사의 재송신료 매출은 2013년 약 1254억원에서 지난 2021년 4079억원으로 세 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반면 방송3사의 시청률은 해마다 하락해, 최근 3년 평균 시청률이 1~2%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기준 SO의 방송매출 대비 콘텐츠 사용료 비중은 86.7%에 달합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사업자의 재송신료 인상은 도달률이 100%라면 맞겠지만 이제는 여러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거기서도 수익을 내고 있다"라며 "지상파가 생태계 변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협상력 우위에서 자사의 목소리만 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안 그래도 콘텐츠 사용료 협상 구조에서 중소PP는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 등에 밀려 후순위입니다.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낮아 콘텐츠 사용료를 올리기 쉽지 않은데, 지상파와 선순위 사업자들이 콘텐츠 사용료를 올리면 중소PP의 몫이 줄어들어 기댈 곳이 없게 됩니다. PP업계는 지난해 IPTV의 재허가 심사 당시 프로그램 사용료를 일정 수준 보장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PP업계 관계자는 "송출수수료에 의존해 온 유료방송업계의 기존 수익 구조는 임계점에 달했다"고 지적하며 "유료방송업계의 재원 마련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지상파, MPP에 대한 콘텐츠 사용료를 줄이지 못하면 결국 먹이사슬 하단에 있는 중소PP의 몫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