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이 결국 임명됐습니다. 대내외 여러 우려와 비판에도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것인데요. 김 위원장에 대한 신뢰가 두터워서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는지는 단언할 수 없으나 향후에도 여러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강력·특수통 검사 출신인 김 위원장은 내정되면서부터 ‘전문성 부족’ 비판에 시달렸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라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그 부분(전문성)에 대해서는 주위 전문가들이나 내부 도움을 받고 나머지 어떤 법률적인 면이나 규제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정성껏 열심히 파악해 업무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사진=방통위)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의 이 같은 ‘법률가’ 이력을 들어 기대감을 드러냅니다. 각종 현안이 산적하고 진영 간 첨예하게 대립이 이어지는 방통위에서 김 위원장이 법과 원칙을 가지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인데요. 더불어 방통위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규제’와 관련해서도 정교한 작업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는 더 큰 상황입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공공연하게 현재의 언론 환경을 비판한 이동관 전 위원장과 비슷한 언론관을 가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김 위원장은 취임사와 신년사를 통해 “그동안 편향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공영방송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무엇이 그토록 편향됐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언론의 자유와 다양성이 무엇보다 보장돼야 하는데 정부가 ‘편향성’을 규정하는 것이 올바른지는 의문입니다. 법원 판결과 언론 보도는 일부 유사점이 있는데요. 법이라는 기준이 있고 없고의 차이일 뿐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적용하는 범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방통위 ‘2인 체제’로의 회귀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김 위원장은 “2인 체제가 바람직하지 않지만 해야 할 일은 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는데요. 이는 지난달 20일 서울고등법원이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결정에 내린 패소 판결과 배치됩니다. 당시 재판부는 2인 체제의 방통위의 의결은 정치적 다양성 등 입법 목적을 해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습니다.
결국 대통령 몫 ‘2인 체제’ 방통위를 유지하고 주요 안건을 의결해 방송 장악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은 지워지지 않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등으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준비위원회는 2일 “김홍일 위원장이 대통령 추천 2인만으로 불법적 의결을 강행하는 이동관의 전철을 밟는 순간, 방통위의 존립 근거는 붕괴하고 탄핵 사유는 명백해질 것”이라며 “김홍일 방통위에서 내리는 어떤 의결도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2인 체제’ 방통위는 결국 ‘촌극’을 빚었습니다. 지난해 마감 시한을 앞둔 지상파 3사 UHD와 지역 민방 등 방송사들에 대한 재허가 의결을 마무리 지으려다 취소했기 때문입니다. 방통위는 김 위원장 취임일인 29일에 이들 방송사에 대해 31일 재허가 심사를 위한 전체회의를 열겠다고 밝혔지만, 회의 당일 오전 0시쯤 이를 취소했습니다.
이와 관련 이상인 부위원장은 “방송국 자료를 심도 있게 검토해 재허가 여부 및 조건을 결정하기에는 물리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불가피하게 위원회 개최를 취소하게 됐다”라고 밝혔는데요. 이어 “이러한 결정은 위원회의 적정한 심의를 위한 조치이므로 원칙적으로 방송사가 기간 도과에 따른 불이익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불법 방송’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막기 위한 취지였다고 하더라도, 무리하게 의결을 강행하려다 이러한 ‘촌극’을 빚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첫 단추부터 ‘삐걱’인 김홍일호 방통위가 모두의 바람대로 공정과 원칙에 맞게 항해할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