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앞두고 '극단 유튜버'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피습 이후 유튜브를 중심으로 음모론이 판치고 있습니다. 최악 땐 오는 4월 총선이 상대를 악마화하는 '증오 선거'가 될 것이란 우려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튜브 뒤에 숨은 은둔형 정치 훌리건들이 위험수위를 넘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이재명 피습 직후 확산된 '배후론'
4일 방송인 김어준 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이 대표 피습 피의자의 당적 논란을 두고 "중대한 범죄의 배후가 밝혀진 경우가 거의 없다"고 주장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또 8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한 보수 유튜브 채널에는 이 대표 피습을 두고 '쇼'라고 주장하는 영상도 올라와 있습니다. 1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또 다른 보수 유튜버는 '나무젓가락 흉기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사실로 밝혀진 게 없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용의자 김 씨가 이 대표에게 휘두른 것은 나무젓가락이 아닌 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피습한 용의자가 흉기를 든 채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총선을 앞두고 이같은 유튜버들의 음모론이 기승을 부리면서 '정치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는데요. 유튜버들은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주장으로 조회수를 올리면서 시청자들을 현혹해 후원을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수익 창출 위해 더 극단으로 가는 유튜버
전문가들은 유튜버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조회수인 만큼 대중들이 관심이 많은 총선이 대목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홍문기 한세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구글 유튜브의 광고 수익 창출 과정에서 개인적인 이익을 챙기기 위해 총선 등 정치적인 갈등을 이용하고 있다"며 "유튜버들이 우리 사회를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행동들은 법적으로 규제하기도 어려운데요. 유튜브 등 1인 방송은 현행법상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아 정정·반론 보도 등의 방법으로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방송법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유튜버들의 음모론을 두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경찰 수사와 함께 대책 기구를 꾸릴 예정입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일부 유튜브 방송 중심으로 또는 일부 종편 등에서 (이 대표 피습이) 정치적 자작극이라는 매우 부적절한 언급이 있었다"며 "사실상 허위사실유포죄에 해당하고 가짜뉴스"라고 비판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이 대표 피습을 두고 나오는 음모론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자작극이란 얘기가 도는데, 절대 그런 식으로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해석이 사회에 퍼져서는 안된다"며 "여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이고 우리 사회가 분열과 갈등 양상이 심해졌다는 걸 나타내기 때문에 먼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유튜버가 조작극을 이야기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라며 "어떤 경우든 극단적인 사람들 때문에 여론이 형성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