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사망으로 미납 추징금 867억원에 대한 환수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전두환 추징 3법'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씨가 사망해도 상속 재산에 대해 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2020년 6월 민주당 의원들은 전씨의 추징금과 그의 일가가 은닉한 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전두환 추징 3법을 발의했습니다.
추징금 미납자가 사망해도 상속 재산에 대해 추징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범인 외의 자가 정황을 알면서 불법 재산을 취득하거나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취득한 경우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유죄 확정판결 전이라도 범죄수익으로 추정되는 금액을 미리 몰수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 도입과 몰수의 대상 금전과 범죄수익, 그 밖의 재산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안' 등입니다.
3년 넘게 국회 계류 중
그러나 법안은 3년 넘게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국회에서 계류하고 있습니다. 형법과 형사소송법은 2020년 11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상정됐지만 법원행정처와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은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는 상정됐지만 한 번도 심사가 이뤄지지 않다가, 올해 3월에야 안건으로 상정됐습니다. 전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전씨 일가의 비자금 의혹 관해 폭로하며 국민적 관심을 끈 직후입니다.
그러나 법사위에서 법안이 방치된 사이 전씨는 2021년 사망했고, 현행법상으로는 더 이상 추징이 불가능하게 됐습니다. 따라서 입법이 되더라도 전씨의 상속 재산에 대해 추징하려면 소급입법이 적용돼야 합니다.
전씨 사망해도 소급입법으로 허용 가능
소급입법은 위헌 논란이 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원칙적으로는 헌법 제13조 1항에 따라 '모든 국민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행위로 소추되지 않는다'며 소급입법을 금지했습니다. 법 시행 이전 발생한 범죄에는 법을 소급 적용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1948년 제정된 '반민족행위처벌법'과 1995년 제정된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은 소급입법이 허용된 사례입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5·18 특별법 통과에 대해 "기존의 법을 변경해야 할 공익적 필요는 심히 중대한 반면에 그 법적 지위에 대한 개인의 신뢰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야당에서는 전씨의 사망과 관계없이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전두환 3법을 대표발의했던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전씨가 사망함에 따라 미납 추징금 환수가 어려워졌지만 검찰도 관련 법률이 마련된다면 적극적으로 환수에 나설 수 있다고 한다"며 "은닉재산들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기 위해 법안을 신속히 심사하고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전우원의 5.18학살 사죄와 비자금폭로를 응원하는 시민들'이 지난해 10월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전두환 추징 3법'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