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지난해 역대 최악의 업황 부진을 겪은 메모리 반도체가 올해부터 회복세로 접어든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메모리 대표 제품인 D램 가격은 올 1분기 최대 18% 상승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트렌드포스는 D램 평균판매단가(ASP)가 지난해 4분기에 전분기보다 13~18% 오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13~18%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 같은 가격 상승세는 모바일 D램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D램 종류별 가격 상승률에 대한 전망치를 보면 모바일은 18~23%, PC·서버·그래픽은 각 10~15%, 소비자용은 8~15% 뛸 것으로 예상됩니다. 트렌드포스는 "모바일 D램 계약가가 역대 최저 수준을 이어가며 구매자들이 효율적인 비용으로 재고를 축적하도로 유도하고 있다"며 "1분기도 수요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IT 수요 위축이 장기화하면서 D램 가격은 한동안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조금씩 반등하는 모습입니다. 이를 두고 업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3사의 감산 효과와 더불어 고객사의 과잉 재고가 소진되기 시작한 영향으로 보고 있습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SK하이닉스 AI 미디어 컨퍼런스' 행사장에서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이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주요 메모리 반도체사의 실적도 개선된 흐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9일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는데, 4분기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03% 줄었습니다. 다만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1분기 6400억원을 시작해 2분기 6700억원, 3분기 2조4400억원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습니다.
삼성전자가 4분기 사업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메모리 시황 회복에 따라 반도체(DS)부문의 적자 폭이 줄어든 것이 영업이익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3분기와 비교해 4분기는 주요 메모리 제품의 출하량이 늘고, ASP가 오르면서 DS부문 적자가 축소됐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증권가에서는 DS부문 적자가 지난해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에 이어 4분기는 1~2조원대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메모리·낸드플래시 감산 종료 계획에 대한 반도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견해도 나왔습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24' 개막 전날인 8일(현지시간) "D램은 최근 시황이 개선될 조짐이 보여 수요가 많은 제품은 최대한 생산을 하고 수요가 취약한 부분은 조절을 해나갈 것"이라며 "낸드는 상대적으로 개선 속도가 느리지만 최악 상황은 벗어나는 것 같은데, 시황을 보며 제품별로 차등을 두는 쪽으로 탄력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적극적인 감산 변화와 관련해 D램은 1분기에 변화를 줘야 할 것 같고, 낸드는 2분기나 3분기 등 중반기가 지나 시장 상황을 보며 똑같은 원칙을 갖고 하려고 한다"며 올 1분기 D램 감산에 변화를 주는 것을 검토할 시기가 왔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