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제 역할을 하기기 위해서는 설립 목적에 맞는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공수처법’이 우선적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공수처법이 지금 공수처 만든 가장 큰 원인”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검사의 나라, 공수처는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제목으로 공수처 3년 평가와 대안 모색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참여연대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입니다.
이날 ‘공수처 3년, 평가와 과제’라는 주제로 발제를 한 김남준 변호사(전 법무·검찰개혁위원장)는 “공수처법 그 자체의 문제점이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현재의 공수처법이 입법되는 과정을 크게 두 단계로 나눴습니다. 1단계는 2017년 9월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제시한 공수처 법안(개혁위안)이고, 2단계는 이후 법무부가 발표한 법무부안입니다.
법무부안은 개혁위안보다 공수처의 규모, 위상, 지위, 권한을 상당 부분 감축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법무부안은 개혁위안을 모델로 하되 검찰권 견제의 요소가 약화된 공수처를 구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최종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수처법은 골격은 개혁위안에, 내용은 검찰권 견제가 약화된 법무부안이 반영됐습니다. 여기에 여야 간 합의 과정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됐습니다.
국회는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관할 범죄 중 법관,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과 같은 일부 고위공직자 관련해서만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법안 개정 필요, 개혁위안 고려돼야”
김 변호사는 법무부안에 대해 “공수처의 인적 물적 관할 대상의 축소, 공수처 검사·수사관·직원의 숫자를 제한하는 규모의 축소,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신분 보장을 약화하여 우수한 인재가 지원하기 힘들게 했다”고 평했습니다.
국회가 제정한 공수처 법안에 대해서는 “수사할 고위공직자의 범위를 제한하고 그 외 고위공직자들에 대해서는 수사 후 검찰에 송치하도록 해 ‘검찰 견제’라는 목적에 필요한 충분한 권위와 위상을 확보하지 못하게 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공위공직자 범위를 정무직 공무원을 주축으로 하는 고위공직자로 제한해, 현실과 실무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고위공무원단 소속 공무원이 공수처 관할에서 배제돼 공위공직자 부패와 비리를 엄단한다는 공수처 설립의 목적이 손상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의 공수처법은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권한, 규모와 조직, 인적구성을 갖고 있다고 하기 어려워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며 “그 과정에서 모범적인 안으로 평가받은 개혁위안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제 있다고 존재이유 부정 안돼”
아울러 “차기 공수처장으로 공수처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부패와 비리 범죄의 엄단 및 검찰 견제라는 목적을 가지고 출범한 만큼, 이러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적격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김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미국의 대법원 등도 처음엔 그 권한이 확립되지 않아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심을 받았던 기관들이었다”면서 “공수처가 문제를 드러낸다고 해 그것이 기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데까지 나아가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습니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수처 3년 평가와 대안 모색 토론회, '검사의 나라', 공수처는 어디로 가야 하나에서 장유식 민변 사법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