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로 또 다시 동결했습니다. 지난해 1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3.50%로 맞춘 이후 지금까지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작년 하반기부터 소비자물가가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3%대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는 만큼 물가 추이를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0%까지 내려오는 시점을 올해 말 또는 내년 상반기로 보고 있는데요. 기준금리 동결 기조가 올 상반기까지 이어지다가,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과 함께 하반기, 이르면 7월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물가·경기·PF 난제에 1년째 3.50%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인하 시점 관련 질문에 "물가 경로 등을 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6개월 이상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대답했습니다. 한은이 아직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선을 긋는 이유입니다.
최근 우려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도 한국은행의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퍼지면 한은 입장에선 기준금리를 내려야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는 2분기 인하설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인데요. 한은이 이른 통화정책 전환은 물가와 부동산, 가계부채 등 인상 요인으로 촉발될 것을 우려하는 만큼 앞으로 최소 6개월동안 금리를 내리지 않고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총재는 "지난달에는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기준금리를 3.75%까지 열어놔야 한다고 했고 나머지 2명이 3.50%로 유지하자고 했었다"며 "이번에는 5명 모두 3.50%로 유지하자고 했다”고 했습니다.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는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 총재는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며 "또 현 상황에서는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를 자극하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에선 7월 인하 전망
특히 이 총재는 6개월 내 인하와 관련해선 "기대하지 말라"는 개인적 시각을 드러냈을 뿐 아니라 금통위원 5명 모두 장기간 기준금리 연 3.50%를 유지해서 물가 안정 기반을 확보하자는 견해를 드러냈습니다.
그는 "금통위원들이 인하 논의를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물가상승률 변화에 따른 금리 결정, 유가 안정 여부, 소비가 경기 예측대로 갈지, 무엇보다 물가 경로가 예상대로 갈지 봐야한다"고 밝혔습니다.
한은은 '2024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보고서에서 "물가 상승률이 기조적 둔화흐름을 이어가겠지만 4분기 이후에나 목표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11일 기준금리를 금통위원 전원일치로 동결했다. (사진=한국은행)
이에 전문가들도 금리 인하 시점을 하반기 이후, 이르면 7월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과 2%대 소비자물가 상승률 안착, 내수 부진 등을 확인한 뒤에야 한은이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보는 것인데요.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소비가 하반기로 갈수록 부진할 가능성이 큰 데다, 이때쯤 서비스 중심으로 물가 상승률 하락도 뚜렷해지면서 한은의 정책 대응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예측했습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도 "내수 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따른 유동성 우려를 고려해 한은이 하반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미국 연준의 6월 인하를 전제로 한은의 7월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태영건설 사태와 관련해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이 총재는 태영건설 사태와 관련해선 시장 안정이 불안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으며 한은이 나설 때는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한은은 특정 산업이나 특정 기업의 위기에 대응하지 않고, 그런 불안으로 시장 안정에 충격이 있을 때만 대응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태영건설 사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중에서도 위험관리가 잘못된 대표적인 사례"라며 "태영건설 사태가 부동산PF, 건설업의 큰 위기로 번져 시스템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적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어 "개별 사례가 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진다면 한은이 시장 안전판 역할을 한다"며 "지금 그런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는데요. 한은이 할 수 있는 시장 안정 조치를 '대포와 소총'에 비유하며 대포를 쏠 수도 있고, 소총으로 막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소총도 쓸 정도가 아니라는 뜻이라고 부연하기도 했습니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