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을 개발한 레그스튜디오가 해체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11일 라인게임즈에 따르면, 창세기전 패키지 판 개발 법인 레그스튜디오 인력 약 50명 가운데 일부가 모바일 판 개발사 미어캣 스튜디오로 소속을 옮깁니다. 나머지 인력은 권고 사직 대상입니다.
레그스튜디오 간판. (사진=이범종 기자)
업계에선 레그스튜디오가 회색의 잔영을 위해 만들어진 법인이어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합니다. 레그스튜디오 CEO인 이세민 디렉터 거취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회색의 잔영은 한국 패키지 게임의 부흥을 알린 2023년 유종의 미를 거둘 작품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22일 출시 직후 화면 출력이 자주 끊기는 현상 등 완성도 문제를 지적받았습니다.
레그스튜디오는 작품 발매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지난해 9월 말~10월 초에 골드행(완성본 디스크를 공장에 넘김)을 한 뒤, 11월에 데모를 공개한 게 패착이라는 지적을 받았는데요. 데모에 대한 평가를 반영해 게임을 완성한 뒤 골드행에 돌입해야 함에도,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의아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애초 개발 도구가 유니티에서 언리얼 엔진으로, 닌텐도 3DS에서 닌텐도 스위치로 바뀌면서 실제 개발 기간이 촉박했던 점도 패키지 판 완성도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발매 국가도 한국 뿐인데다 플랫폼도 닌텐도 스위치로 한정된 점도 저조한 판매량에 영향을 줬다는 게 업계 전언입니다.
지난해 12월 30일 롯데몰 수원점 토이저러스에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이 진열돼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로써 닌텐도 독점 판매 기간 이후 회색의 잔영 해외 출시와 PC판, 기타 콘솔판 발매 계획은 멀어지게 됐습니다. 당초 계획했던 DLC(내려 받는 추가 콘텐츠) 출시도 장담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다만 라인게임즈는 패키지 판 개발팀 해체가 창세기전 IP 포기를 뜻하는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라인게임즈 관계자는 "창세기전 콘솔판과 모바일판 출시를 계기로 이 시리즈에 대한 게이머들의 관심을 재확인했다"며 "미어캣게임즈가 통합 관리하며 IP 활용 방안을 구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라인게임즈는 보도자료를 내고, 모바일 SRPG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가 국내 모바일 주요 마켓 인기 게임 순위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