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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차이 천지 차이
입력 : 2024-01-15 오후 12:27:53
평일이지만 텅 빈 사무실. 제가 열기 전까지 대다수 사무실은 문이 닫혀있었고 조명도 꺼져있었습니다. 금요일 오전 기업교육 전문기업 휴넷의 모습입니다. 회사 전체가 워크숍이라도 떠난 듯 사무실을 비웠지만 휴넷의 금요일은 이제 이런 모습에 익숙해져가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휴넷 본사 모습. 금요일은 휴넷의 '마이데이'로, 당직자를 제외하고 업무를 하지 않는다. (사진=변소인 기자)
 
휴넷은 지난 2022년 1월 주 4일 근무제 시범 운영을 한 뒤 같은 해 7월부터 주 4일 근무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했습니다. 금요일을 '마이데이'로 정하고 연차 소진이나 급여 조정 없이 온전하게 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진짜, 정말로 주 4일 근무제가 시행되는지 궁금해서 직접 금요일에 휴넷을 찾았습니다. 어디 직원을 숨겨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넓은 사무실에는 사람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겨우 찾은 직원은 금요일 당직을 서는 이들이었습니다. 한 직원에게 물어보니 연간 당직은 2~3회 정도라고 했습니다. 당직을 서는 주는 다른 평일에 쉬기 때문에 당직을 해도 표정이 좋았습니다.
 
이 직원의 아내도 휴넷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부부 모두 휴넷에 근무하기에 금요일에는 부부가 함께 자녀의 어린이집 등원을 돕습니다. 그리고 남은 시간에는 볼링을 치며 여가를 보냅니다.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를 가기도 합니다. 이 직원은 "용인에 거주하고 있는데 회사까지 출퇴근 거리가 멀어서 아기 얼굴을 제대로 못 보고 나올 때가 많았다"며 "금요일에 쉬면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그 하루가 소중하다"고 말했습니다.
 
금요일에 쉬는 만큼 평일 4일의 업무강도가 높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아무래도 4일내에 좀 더 치열하게 일하게 된다"면서 "그래도 하루를 아예 쉬는 게 훨씬 더 좋다"고 했습니다. 이미 일주일에 3일을 쉬기 때문에 공휴일이 하나 더 붙으면 가족끼리 길게 여행도 가능한 구조라고 이 직원은 설명했습니다.
 
마이데이에 모두가 쉬는 데에만 열중하는 것은 아닙니다. 거꾸로 이날 회사에 나와 근무하는 것을 즐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도무지 이해가 안 돼 왜 출근을 했느냐 물었더니 '현답'이 돌아왔습니다. 금요일에 출근을 택한 이 직원은 "금요일에 유관부서도 쉬기 때문에 방해받지 않고 집중해서 일하기 좋다"며 "월화수목은 실무에 집중을 하고 금요일은 공부를 해야 하거나 정리가 필요한 내용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쾌적한 사무실을 적극 이용해 일의 능률을 높이는 과정이었습니다.
 
더 나은 업무를 위해 생산성을 챙기는 모습이었습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일을 챙기는 것이기에 뿌듯함도 덤으로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고작 하루의 차이가 이렇게 컸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주 4일 근무제의 방향도 아마도 이와 닮아있겠지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도입만 된다면 삶 전체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은 분명합니다. 그날을 위해 기업과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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