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최근 'CES 2024'로 VR(가상현실) 기술이 재차 주목 받으면서 스마일게이트의 VR 게임 도전 경과도 관심을 끕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CES에선 인공지능(AI)와 고화질·투명 TV, 로봇 등이 조명 받았는데요. 행사 초반엔 머리에 쓰는 체험형 제품이 이목을 끌었습니다. 애플이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VR과 AR(증강현실) 모두 구현하는 공간 컴퓨팅 기기(MR, 혼합현실) '비전 프로' 판매 소식을 알렸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메타가 MR 기기 ‘메타 퀘스트3’를 출시한 이후 사그러든 시장의 불씨를 애플이 다시 키우는 모양새입니다. 일본 회사 시프트올은 게임용 VR 기기 '메가넥스 슈퍼라이트'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시프트올의 메가넥스 슈퍼라이트. (사진=시프트올 웹사이트)
중요한 건 게임사들의 꾸준한 소프트웨어 보급과 흥행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게임 흥행 지표 중 하나인 PC방 보급이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공간과 요금 문제 때문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2 게임백서'에 따르면, PC방 1062곳 가운데 VR 게임을 위해 머리에 쓰는 보조기기(HMD)를 보유한 곳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경기도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대휘씨는 "MZ 세대가 밖에서 머리 모양 망가뜨리면서 VR 게임을 하려 들지 않을 것"이라며 "PC방 입장에선 VR 전용 공간을 따로 마련해야 하는데, 여기 들어가 게임 하는 손님은 PC방 매출원인 음식 주문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VR 게임은 '칸막이로 정렬된 좌석에 앉은 손님들의 음식 주문'이라는 PC방 매출 구조를 바꿀 정도의 파급력도 편의성도 없다는 겁니다.
다만 전세계로 눈을 돌리면 VR·AR·XR 시장 규모와 성장률이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펴낸 '실감콘텐츠산업 실태조사 및 중장기 전략 연구'에 따르면, 특히 게임 산업이 VR 시장에서 34% 비중을 차지하며 전체 시장을 키울 전망입니다.
세계 VR시장 규모는 2020년 91억8000 달러에서 2025년 256억 달러로 연평균 22.8% 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VR 게임 시장 규모는 2020년 22억8000 달러에서 2025년 67억 달러로 연평균 24.1%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2 게임백서에서도 게임사들의 지속적인 투자 움직임을 볼 수 있습니다. 게임 제작·배급 업체 553곳 가운데 'VR 및 AR'을 도입했다는 응답 비율이 16.5%로 가장 많았고, 향후 도입 예정인 기술도 'VR 및 AR'이 18.4%로 가장 많았습니다.
VR 게임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 (사진=스마일게이트)
한국에서 VR 게임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 작품은 지난해 11월1일 PC용 VR판으로 전 세계 출시된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입니다. 시에라 스쿼드는 10억명 이상 즐긴 크로스파이어 IP를 VR로 처음 확장한 게임입니다. 8월29일 먼저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PS) VR2 판은 지난해 9월 PSVR2 부문 '가장 많이 내려받은 게임'에서 북미와 유럽 1위를 차지했습니다. 국제상 협회(IAA)의 닉스 게임 어워즈(NYX Game Awards)에서 VR·AR 부문 최우수상도 받았습니다.
PC VR 시에라 스쿼드는 13개 캠페인 임무와 최대 네 명이 같이 하는 호드 모드 등을 제공하는데요. VR 기기도 밸드 인덱스와 오큘러스 리프트, 퀘스트 등 9개 기기를 지원합니다.
스마일게이트는 이 게임의 강점으로 39종에 달하는 무기, 적이 던진 수류탄을 되던질 수 있는 조작, 17종류 적군의 고도화된 인공지능 등을 내세웁니다. 특히 PSVR2에서는 게이머 시선이 머무는 곳만 선명하게 보이는 '포비티드 랜더링(Foveated Rendering)' 기술이 구현됩니다.
VR 게임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도 있었습니다. 비숙련자도 함께 즐기는 게임을 위해 PVP(플레이어 간) 전투가 아닌 PVE(플레이어와 환경 간) 전투를 중심에 뒀습니다. 차별 없는 게임 환경을 위해 색약과 양안시, 저시력자를 고려해 게임 전체 배색을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크로스파이어는 지난해 12월 PSVR2 유럽 다운로드 9위를 기록하고, 북미에선 10위권 밖으로 벗어났는데요. 스마일게이트는 이를 인기 하락이 아닌 '하향 안정세'로 보고 지속적인 관리를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크로스파이어: 시에라 스쿼드 유지 보수를 이어가, 좋은 게임 경험을 제공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