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중소기업의 주 4일 근무제 도입을 두고 관련 업계와 전문가들은 일률적인 적용은 어렵다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정치권에서 주 4일 근무제를 표심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주된 의견입니다. 자금 사정을 고려할 때 중소기업의 주 4일 근무제는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지난 12일 서울 구로구 구로동 휴넷 본사에 '일잘러 비법'이 붙어있다. (사진=변소인 기자)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중소기업이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 속도에 맞춰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허 원장은 "중소기업에서 주 4일 근무제를 하려면 생산성 향상 속도에 맞춰 장기에 걸쳐 실시해야 한다. 노동자들이 같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과거보다 훨씬 강도 높게 일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면서 "생산성 향상 없이, 임금 감축 없이 근로일 수만 줄이면 그 기업은 지속하지 못하고 도산하게 된다. 즉 주3일을 쉬는 게 아니라 실직해서 1주 내내 소득 없이 쉬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습니다.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허 원장은 "긴 경제사의 견지에서 보면 기술발달과 함께 생산성이 향상돼 근로시간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수 년의 시간 지평에서 개별 기업들이 경쟁하는 시장에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일은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기술은 금세 일반화한다. 즉, 다른 기업들도 금세 같은 기술을 사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기술을 활용할 줄 아는 근로자도 있어야 하고, 꾸준히 그 기술을 다른 기업이나 다른 나라 기업보다 더욱 효율적, 효과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근로자와 경영자가 있어야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이라고 봤습니다.
허 원장에 따르면 생산성 향상은 대거 설비투자를 하는 방식을 통해 이뤄질 수도 있고(제조업), 조직관리, 생산과정 관리 효율화, 시장 확대를 통해 이뤄집니다.
현재 중소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고려했을 때 주 4일 근무제보다는 근로시간 유연화제도가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전체에 주 4일 근무제를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시차 출퇴근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휴가 사용 활성화 등을 활성화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노 연구위원은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필수"라며 "생산성 향상이 수반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주 4일 근무제 도입은 오히려 노사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미 주 4일 근무제를 정착시킨 조영탁 휴넷 대표도 중소기업의 주 4일 근무제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함을 앞세웠습니다. 조 대표는 "주 4일 근무제가 회사 경쟁력의 핵심 요인이 되겠다고 판단되고, 부작용을 커버할 수 있다고 판단될 때 도입해야 한다. 유행따라 해서는 안 된다"며 "장기적인 추세는 분명히 맞지만 선거처럼 포퓰리즘으로 활용되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크게, 멀리보고 접근을 해야지 하나의 이슈로 접근하면 안 된다. 전체가 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경쟁력 없는 기업들은 쓰러진다. 주 5일 근무제로 돌아오면 손해가 매우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