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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물가 고삐 죈다지만…비싼 신토불이·밀려오는 수입산
일부 농산물 수입 최근 '증가세'
입력 : 2024-01-16 오후 5:04:17
 
[뉴스토마토 김소희·김유진·이민우 기자] # 주부 박모(37) 씨는 자녀들에게 건강한 식재료를 먹이기 위해 국내산만 고집해왔습니다. 하지만 고금리, 고물가로 인해 여유가 없다보니 장을 보는 방식이 원산지보단 저렴한 품목에 손이 갈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최근에는 계란 한 판 가격이 7000~8000원까지 오르는 통에 4000원 수입 계란에 관심을 뒀지만 모두 팔렸다는 소식을 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박 씨는 "구매하려던 찰나 전국적으로 준비한 수입 계란이 모두 팔렸다는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수입 계란을 구매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 최근 이모(49) 씨는 평소 가까운 A대형마트가 아닌 거리가 다소 먼 B대형마트로 장보는 곳을 옮겼습니다. 장바구니 물가가 부담되자, 저렴한 수입 품목이 많은 B마트로 발길을 돌린 겁니다. 농산물은 어쩔 수 없이 비싼 국내산을 구매해도 돼지고기, 소고기, 수산물 등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산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파게티, 소스 등 가공품도 수입 대체품이 많고 국내 대기업 제품보다 저렴한 것들도 있어 선호하는 편이라고 전했습니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국내산 먹거리를 고수하기 보단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수입산 수요 현상이 증가할 전망입니다. 고물가 장기화 속에 정부가 설 명절 물가를 잡기 위한 과일 등 수입 물량 확대를 예고한 만큼, 대체 수입품의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6일 정부가 밝힌 '설 성수품 수급안정 대책'에 따르면 미국산 계란 112만개의 시범 공급에 이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등에 따른 수급 불안 품목인 닭고기 물량 3만톤도 할당관세로 도입합니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설 성수기 국민 장바구니 부담 완화를 위해 '2024년 설 성수품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마트 내에 진열된 수입 계란. (사진=뉴시스)
 
"할당관세 수입 물량 늘린다"
 
19일부터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자몽, 아보카도, 오렌지 등 6종 과일에도 할당관세를 적용합니다. 할당관세 물량은 바나나(15만톤), 파인애플(4만톤), 망고(1만4000톤), 자몽(8000톤), 아보카도(1000톤), 오렌지(5000톤) 등입니다. 
 
일부 농축산물 수입 물량과 거래금액도 최근 몇 년 사이 증가세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를 보면 바나나의 경우 2021년 수입 거래금액은 2억9000만달러였습니다, 2022년 2만8300만달러로 소폭 하락했지만, 2023년 3만500만달러로 증가했습니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의 수입현황을 보면 닭고기의 지난해 수입량은 21만3000톤이었습니다. 닭고기 수입 물량은 3년동안 꾸준히 오르고 있습니다. 2021년 12만4000톤, 2022년에는 18만8000톤으로 조사됐습니다. 2023년에는 21만톤으로 올랐습니다. 2여년만에 닭고기 수입 물량이 10만톤 늘어난 셈입니다.  
 
일부 농축산물 수입물량이 증가하는 데에는 고물가 영향에 따라 상대적으로 값싼 먹거리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AI 등의 이유로 미국에서 수입한 계란의 경우는 판매 첫날인 12일 3분의 1(총 9000판 중 3600판 판매)이 판매됐습니다. 15일 기준 초도 물량이었던 9000판은 완판된 바 있습니다.
 
나머지 1만판 물량은 이번 중으로 시중에 공급될 예정입니다. 수입계란은 4990원에 판매됐으며, 12일 기준 국내 계란 한판 평균가격은 5944로 조사됐습니다. 수입계란 판매 불과 이틀전인 10일 국산 계란 한판 평균가격은 7158원이었습니다. 
 
"저렴한 수입산 수요 높아져"
 
김민정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외국에서조차도 못 먹는 음식이라고 하면 거부감이 생길 테지만, 소비하고 있는 음식이기에 비교적 저렴한 수입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고물가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계란 등처럼 일상에서 자주 먹는 식재료 가격에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고물가에 고금리, 또 '고부채' 상황"이라며 "이자 등을 감당하고 나면 형편이 넉넉하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예민해지는 건 '먹거리 물가'"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국산보다 수입산이 저렴하면 당연히 잘 팔릴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애국심으로 국산 제품을 구매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없다. 안전한지, 위생적인지, 가격이 저렴한지가 중요한 시대"라고 덧붙였습니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설 성수기 국민 장바구니 부담 완화를 위해 '2024년 설 성수품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마트 내 과일 진열대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소희·김유진·이민우 기자 shk3296@etomato.com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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