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롯데쇼핑 자회사인 롯데GFR와 해외 유명 신발 OEM사가 총 105개 수급사업자에게 신발·의류 제조를 맡기면서 수년에 걸쳐 하도급계약서·발주서를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통상 하도급거래 관계를 최초로 개시할 때 체결하는 하도급기본계약서에는 개별계약 건별 하도급대금, 목적물 등 구체적인 사항을 기재하지 않는 수법을 썼습니다.
발주서의 경우는 하도급대금, 목적물 등을 기재한 후 서명·기명 날인 없이 발급하는 방식의 관행을 자행해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 계약서면 발급 의무를 위반한 서흥·영원아웃도어·롯데GFR 등 신발·의류 업종 3개사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1억2000만원(각각 4000만원)을 부과한다고 14일 밝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 계약서면 발급 의무를 위반한 서흥·영원아웃도어·롯데GFR 등 신발·의류 업종 3개사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1억2000만원(각각 4000만원)을 부과한다고 14일 밝혔다. 사진은 신발 매장 내부 모습. (사진=뉴시스)
제재 업체 중 서흥은 해외 유명 신발 OEM사 계열사입니다. 영원아웃도어는 노스페이스 등 아웃도어 브랜드 의류를 제조·판매합니다. 롯데GFR은 백화점 유통채널 브랜드 의류를 제조·판매하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서흥은 2019년 8월 26일부터 2021년 8월 31일까지 25개 수급사업자에게 신발 제작에 필요한 원·부자재 등을 제조위탁했습니다. 하도급 계약 금액만 약 789억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단가 변동에도 합의서 등의 서면을 발급하지 않았습니다.
서명·날인도 없는 발주서만 보낸겁니다.
영원아웃도어는 2018년 11월 29일부터 2021년 11월 28일까지 42개 수급사업자에게 의류 제작에 필요한 원·부자재 등을 제조위탁했습니다. 하지만 약 219억원의 하도급계약과 관련해 개별 계약서면 없이 서명·날인도 없는 발주서로 대신했습니다.
롯데GFR도 2018년 12월 1일부터 2021년 10월 31일까지 39개 수급사업자에게 의류제품 제조를 위탁하면서 서명·날인이 없는 발주서만을 발급했습니다. 하도급계약은 약 98억원에 달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 계약서면 발급 의무를 위반한 서흥·영원아웃도어·롯데GFR 등 신발·의류 업종 3개사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1억2000만원(각각 4000만원)을 부과한다고 14일 밝혔다. 사진은 영원아웃도어의 브랜드인 노스페이스 매장 내부 모습. (사진=뉴시스)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가 작업에 착수하기 전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 목적물, 납기 등 법정 기재 사항이 모두 기재되고 양 당사자의 서명·기명날인이 된 서면을 의무적으로 발급해야 합니다.
하지만 서흥·영원아웃도어·롯데GFR은 일부 법정 기재 사항만이 기재돼 있거나 양 당사자의 서명·기명날인이 없는 서면만을 발급했습니다.
현행 하도급법상 서면 발급 의무는 불명확으로 인해 발생하는 분쟁을 예방하고 수급사업자의 의사를 관철할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입니다.
오동욱 공정위 하도급조사과장은 "이번 조치는 당사자 간의 기명날인 없이 이뤄지는 하도급계약이 법 제3조 제1항 및 제2항의 서면 미발급 행위에 해당함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관행적인 불공정 계약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조치가 불공정 하도급 관행 개선과 수급사업자의 권익 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서면 미발급 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 위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