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니멀리스트 부부가 사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소개됐습니다. 이들은 8평짜리 집에 살면서 수제노트를 만듭니다. 옷은 계절별로 꼭 필요한 옷만 입고, 청소기도 세탁기도 두지 않고 비질을 하고 직접 빨아씁니다. 집이 작기 때문에 그때그때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하고요. 책도 수백권이 있었지만 대부분 나눔을 했다고 합니다.
대단한 삶이다, 낭만이 있다, 둘이 어떻게 저렇게 잘 만났을까 하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어요. 그런데 비판 댓글도 달립니다. 타인에게 옷을 얻어입기도 한다거나, 여행에서 집안 소일을 해주고 방에 묵는 등 모습에 대해 타인의 배려를 기둥으로 삼는 미니멀리즘이라는 의견입니다. 또 요즘 같은 저가대량생산 시대에 비싼 수제노트를 제작하는 일이야말로 가치가 없는 일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옳다 그르다 평가하는 것보단, 그런 평가를 통해 우리의 '시선'은 읽을 수 있겠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좁혀져 있지 않나 점검해보게 됐는데요. 아마도 상상력의 부족입니다. 생산성 있는 일에 몰두하지 않으면 존재가치가 없다는 인식은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GDP에 기여하지 않는 인간은 마치 '잉여인간'인 것처럼 여겨지곤 합니다.
자본주의는 비생산적인 존재에 대해 죄악시하곤 합니다. 전체 관점에서 부양해야 하는 인구로 여겨지기 때문일 겁니다. 인간의 가치가 생산성으로 귀결되는 지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언제부터 꼭 생산적이어야 했을까요? 생산적이지 않더라도 그저 자신의 삶을 정갈하고 묵묵하게 지켜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요. 아마도 근대 도시화 이전의 시대일 겁니다.
인간은 끊임없이 생산해내고 소비하지만, 자연은 있는 그대로 하루를 살아갑니다. 흔히 고양이도 자신의 하루일과가 있다고 하는데요. 밥 시간도 기가 막히게 알 뿐만 아니라 특정시간이 되면 가야 하는 구역이나 해야하는 행동, 볕쬐기 등이 있다고 합니다. 고양이는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매일같이 그렇게 규칙적으로 사는 거죠. 당연히 삶에 뚜렷한 목적이 있어서는 아닙니다. 그렇게 ‘생산적인’ 인간의 활동은 오히려 지구를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고요.
저 역시 너무 많은 것을 갖거나 소비하고자 살아가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소비하기 위해 생산하고, 생산하기 위해 소비하는 무한 굴레 속에 나에게 꼭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고양이는 자신만의 하루 루틴이 있다고 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