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방시혁
하이브(352820) 의장은 작년
11월
tvN 예능프로그램
‘유퀴즈 온더 블록
’에 출연해
K팝 위기론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
음악을 가벼운 마음으로 소비하는 팬들(라이트 팬덤)도 있어야 하는데 K팝은 ‘강력한 팬덤(헤비 팬덤)의 소비 결과’라는 것이죠. 라이트 팬덤이 받쳐줘야 K팝 성장이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인데요.
해가 바뀌며 방 의장의
K팝 위기론은 구체적 지표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 팬덤 충성도를 확인할 수 있는 앨범 판매량이 이전 대비 반토막 난 아이돌 그룹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겁니다
. 공교롭게도 모두
JYP Ent.(035900) 소속입니다
.
잇지 사진=JYP엔터
‘걸그룹 제국’ JYP엔터, ‘리스크 폭탄’ 터졌다
지난
15일 한국거래소 거래 기준
4대 엔터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 하이브는 전일 대비
-2.51%, S에스엠(041510)은 –9.04%,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는
–10.34% 떨어졌습니다
.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건
JYP엔터입니다
. 무려
-11.71% 급락했습니다
. 업계에서는 주가 급락 원인으로
JYP의 주요 아티스트인
‘잇지
’(ITZY) 폭탄이 터졌단 반응이 나왔습니다
.
지난 8일 발매된 잇지의 미니 8집 ‘BORN TO BE’에 대한 시장 반응이 차가운데요. 초동 판매량이 전작 대비 급감했습니다. 초동 판매량은 앨범 발매일로부터 일주일 동안 판매된 앨범 판매량을 뜻합니다.
한터차트 기준 잇지의 미니8집 앨범 판매량을 보면 지난 15일까지의 초동 판매량 집계가 31만 8600여장입니다. 작년 7월 31일 발매된 전작 미니7집 ‘Kill My Doubt’ 초동판매량은 82만 3700장이었습니다. 미니 7집 대비 이번 8집 초동판매량이 무려 61% 감소한 겁니다.
잇지 뿐만이 아닙니다. JYP엔터 또 다른 기대 아티스트인 ‘엔믹스’ 엘범 성적도 처참합니다. 15일 발매된 엔믹스 EP2집 ‘Fe3O4: BREAK’ 1일차 판매량은 13만장에 불과합니다. 작년 7월에 발매된 전작 ‘A Midsummer NMIXX's Dream’ 1일차 판매량은 무려 72만장이었습니다. 전 앨범 대비 이번 앨범의 1일차 판매량이 5분의 1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진=tvN '유퀴즈 온더 블록' 방송 캡처
중국 공동구매 감소···팬덤 붕괴 신호탄인가
업계에서는 잇지와 엔믹스의 앨범 부진 요인 중 하나로 중국 시장 앨범 공동구매 감소 현상을 꼽고 있습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중국 공구 감소 영향 등으로 앨범 판매량이 부진한 가운데 잇지와 엔믹스의 앨범 판매량이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서 JYP엔터 주가가 지난 5일 동안 약 22% 하락했다”고 전했습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말대로 K팝 시장은 충성도 높은 강력한 헤비 팬덤을 소비 기반으로 합니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가운데 하나인 중국에서 앨범 공구 물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면 이는 곧 K팝 시장의 든든한 버팀목이던 헤비 팬덤 문화가 흔들리기 시작했단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이 같은 현상을 K팝이 헤비 팬덤 중심에서 라이트 팬덤으로 넘어가는 과정이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업계 안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아직 그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JYP엔터의 경우 원인을 차치하고서라도 무뎌진 기획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YG엔터 블랙핑크, SM엔터 레드벨벳과 함께 걸그룹 3강 구도를 이끌던 트와이스를 배출한 JYP엔터의 기획과 프로모션이 예전에 비해 힘이 떨어진 듯하다”면서 “시장을 읽는 감각적인 부분에서 트와이스 후속 IP 잇지와 엔믹스의 빠른 하락세는 팬덤이 요구하는 지점을 읽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JYP엔터 성내동 사옥. 사진=JYP엔터
실 판매량과 출고량 사이 ‘허수’··· 차트 집계 맹점
일각에선 앨범 판매량을 집계하는 국내 차트의 맹점을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국내에는 앨범 판매량을 집계하는 곳으로 한터차트와 서클차트가 있습니다. 한터차트는 음반 판매점과 연동돼 앨범 발매 후 실제 출고되는 수량을 실시간으로 집계합니다. 반면 써클차트는 음반 제작사의 앨범 출하량(반품량 제외)으로 집계합니다. 엔터사 대부분은 한터차트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 출고량에 무게를 두는 겁니다. 이번 잇지와 엔믹스 판매량 저하 수치도 한터차트 기준입니다.
JYP엔터에 따르면 이번 잇지 앨범 출하량은 약 80만장 정도입니다. 하지만 집계된 초동 ‘판매량’(실제 출고 후 판매된 물량)은 32만장 수준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JYP엔터는 ‘해외 지역 앨범 유통 구조 특성상 수출 물량 일부가 집계되지 않은 것’이라 합니다. 차트 집계에서 이뤄진 실제 판매량과 출고량 차이에서의 ‘허수’ 때문이라는 겁니다. 엔믹스 1일차 판매량 저하도 이 때문이란 겁니다. 실제로 JYP엔터의 트와이스는 2020년 말 일시적 초동 역성장을 보였지만 이후 미국 리퍼블릭 레코즈를 통해 발매된 물량이 더해지면서 성장세를 회복한 바 있습니다.
이번 잇지와 엔믹스 초동 물량 저하 리스크, 해외 팬덤 유입이 가시화되지 않은 허수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중국 시장 앨범 공구가 직격탄을 맞았단 점인데요. 중국 내 헤비 팬덤이 사실상 무너졌다는 뼈아픈 사실입니다. 도망칠 수 없는 수치로 증명된 사실 앞에서, JYP엔터를 비롯한 엔터사들은 팬덤 무빙에 대한 어떤 대책을 갖고 나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