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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 카카오는 어쩌다 밉상이 됐을까
입력 : 2024-01-17 오후 6:35:35
"요즘 카카오 전체가 밉상이잖아요. 정부에도, 언론에도, 고객들에도, 주주들에게도 모두 미운털이 박힌 것 같아요. 이미지를 바꾸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에 내부적으로 여러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잠깐이었지만 카카오 주식이 '국민주'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플랫폼 기업이 주목을 받자 너도나도 카카오 주식을 사 모았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소중히 모은 쌈짓돈으로 투자한 주식이 카카오였습니다. 주식 투자를 처음 한다던 후배는 아버지가 주신 전세자금을 전부 털어 카카오 주식에 몰빵했습니다. 후배에게 "시작을 '투기'로 하는구나"라고 말해준 기억이 납니다. 
 
주가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을 걷기 시작할 때만 해도 그저 조정을 받나 싶었을 겁니다. 팬데믹이 끝날 때는 거품이 빠지는 정도로 생각했겠지요. 돌아보면 그때부터 붕괴의 시작이었습니다. 
 
어쩌다 국민주는 몰락한 걸까요. 우선 표면적인 이유는 SM 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혐의일 때문일 겁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SM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상황에서 기한 내에 금융위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도 있습니다. SM 이슈가 거론된 게 지난해 3월경이니 벌써 1년 가까이 홍역을 치르고 있는 셈입니다. 
 
사법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택시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페이의 가맹점 모집 과정에서 불법 지원금 우회 수수 의혹, 카카오게임즈의 외주업체 대상 불공정 용역 거래 의혹도 있습니다. 악재가 끝날 듯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악재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플램 홀츠는 "기업도 사람처럼 성장통을 겪는다"고 표현했는데요. 성장이 갑자기 빨라지면 신체에 다양한 이상 증상이 생기는 것처럼 기업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사실 카카오는 코로나 팬데믹의 덕을 많이 본 기업입니다. 제약회사처럼 신약을 개발해 하루아침에 기술수출 잭팟을 터뜨린 게 아닙니다. 원래 하고 있던 사업이 팬데믹이라는 외부 요인으로 인해 승승장구하게 된 거지요. 이 과정에서 문어발식 확장도 뒤따랐습니다. 카카오헤어샵까지 등장할 정도였으니까요. 
 
네이버가 골목 상권 침해로 사회적 질타를 받았는데도 왜 카카오는 같은 선택을 했을까요. 카카오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네이버와 카카오는 아직도 매출 차이가 많이 난다"며 "먼저 출발한 네이버는 전면에서 혼난 덕에 체계를 잘 잡은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큰 형님인 네이버가 총알받이가 되다보니 카카오는 수혜를 입었다는 설명입니다. 쉽게 말해 혼나지 않고 큰 덕에 버릇이 나빠진 겁니다. 
 
정작 카카오는 '몸집만 큰 아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CJ그룹 관계자들이 카카오를 공룡이라 부를 때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큰 기업인가'라는 생각들을 했다는 건데요. 대부분의 사업이 B2C이다보니 서비스를 직접 체감할 수 있어 카카오를 굉장히 큰 기업으로 느끼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다행인 점은 이러한 외부의 시선을 카카오가 받아들이기로 한 점입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더 이상 카카오는 스타트업이 아니다. 뼛속까지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하는데요. 이제는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죠. 
 
때문에 2~3년 전부터 내부 여러 시스템이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카카오 관계사의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외부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가 대표적 상징입니다. 자율성과 독립성을 중시하는 문화 덕에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지만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고 통제가 되지 않았던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자정작용을 해 나가는 단계라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인데요. 벤처 신화를 썼던 카카오가 성장통을 치유하고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소영 카카오 준법과 신뢰위원회 위원장.(사진=뉴시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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