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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명령에 약한 존재
입력 : 2024-01-22 오후 4:33:07
“인간이 명령 내리는 거 좋아하는 거 같재? 인간이라는 동물은 강력한 누군가가 자기를 리드해 주기를 바란다니까.”
 
영화 ‘서울의 봄’이 13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12일 밤 9시간 동안 일어난 신군부의 군사 반란을 배경으로 하는데요. 정치군인들의 정권 찬탈 시도에 맞서는 참 군인의 실패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 피격 사건 이후 서울에는 분명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평온할 것만 같던 서울에 어쩌다 군사 반란까지 일어나게 됐을까. 그런데 쿠데타가 발생하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습니다.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 본 군인이 한 명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주인공인 보안사령관 전두광은 권력욕에 눈이 먼 인물인데요. 그는 본인의 욕망에 충실한 만큼 누구보다 인간의 욕망을 잘 읽고 있었습니다. 영화에서는 군 집단 전체가 무능하게 그려집니다. 어영부영 어쩔 줄 모른 채 눈치만 보는 군 고위급, 국방부 장관 그리고 휘둘리는 군 관계자들. 이들을 회유하는 전두광의 능력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겁니다. 
 
비단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닐 겁니다. 흔히 독일인 하면 엄격한 계획성과 합리적 사고방식, 생활습관을 떠올리는데요. 저런 나라 국민들이 어떻게 80년 전 나치 학살에 동조하거나 방관할 수 있었을까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1961년 스탠리 밀그램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는 ‘권위에 의한 복종’ 실험을 했습니다.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학생 역할을, 한 그룹은 교사 역할을 시켰지요. 교사 그룹에게는 학생이 주어진 질문에 틀린 답을 말할 때마다 전기충격을 주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학생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실험의 내용을 알고 있는 배우들이었고 전기충격이 올라갈 때마다 고통스러운 연기를 했습니다. 
 
실험 전 연구팀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기 스위치를 못 누르거나 한두 번 눌렀더라도 상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중단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실험 주최자의 명령에 다수의 사람들은 전기스위치를 계속 눌렀습니다. 
 
역사 속에서 반란과 학살에 직접 가담한 것은 지극히 보통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명령을 받았을 뿐입니다. 거부할 수 없는 명령 앞에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인간의 주체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사진=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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