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수익성이 낮아 주목받지 못했던 '희귀병 치료제'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환자 수는 적지만 경쟁기업도 적어 시장 선점 기회가 높기 때문인데요.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혈액학 분야 난치성 희귀질환 치료제 '솔리리스'의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성분명, 에쿨리주맙)의 품목 허가를 승인받았습니다.
솔리리스는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 등 희귀질환 치료제로 글로벌 매출액 규모는 약 5조원에 달합니다. 솔리리스는 성인 기준 의료비 부담이 연간 수억원에 달하는 대표적인 초고가 바이오의약품입니다. 국내 기업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유일하게 글로벌 임상 시험을 마치고 품목 허가를 획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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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006280)는 희귀의약품 전문 바이오벤처 '노벨파마'와 공동개발 중인 산필리포증후군 A형에 대한 뇌실 내 직접투여용(ICV) 효소대체요법 치료제(ERT)가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습니다.
한미약품(128940)은 희귀질환 '단장증후군' 치료제 'LAPSGLP-2 analog(HM15912)'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해당 치료제를 타 희귀질환인 '이식편대숙주병(GVHD)' 치료제로도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한미약품 본사 전경(사진=한미약품)
이식편대숙주병은 골수이식 때 수혈된 림프구가 면역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몸을 공격하면서 여러 합병증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치사율이 높습니다. 현재 표준치료제로 스테로이드 혹은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 병용 요법이 쓰이고 있으나 치료 효능에 한계가 있습니다.
희귀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선 임상을 진행해야 하지만 환자가 적어 어려움이 크고, 비용도 많이 들어갑니다. 신약개발 비용 조달과 연구개발 투자 비용은 재무구조와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약바이오사가 앞다퉈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는 이유는 우선 시장 독점권을 보장받기 때문입니다. 시판허가를 받은 날로부터 미국은 7년, 국내는 4년 동안 동일 질환에 동일한 의약품이 허가되지 않도록 제한됩니다.
과거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은 환자 수가 적어 큰 이점이 없는 곳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암젠이 미국에서 적혈구 생성촉진 호르몬인 에리스로포이에틴(EPO)로 보험급여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고 급여 지원에 따른 적응증 확대로 일반 치료제로 영역을 넓히면서 블록버스터 신약을 탄생시켰습니다. 현재 시장에선 1세대 치료제인 속효성 EPO 제품과 2세대인 지속형 EPO 제품과 3세대까지 출시됐습니다. 암젠 외에도 버텍스 파마슈티컬도 희귀질환을 타깃해 퀀텀점프해 기업의 가치가 상승했습니다.
예전에는 항암제만 하더라도 두리뭉실한 개념이 강했다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희귀질환에 대한 특정한 기전을 밝히면서 환자의 타겟팅을 좁히고 있습니다. FDA(미국 식품의약국)에선 △패스트 트랙(Fast track) △혁신신약 지정(Breakthrough therapy designation) △가속 승인(Accelerated approval) △우선 순위 리뷰(Priority review) 4가지 제도로 희귀질환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FDA 허가를 받지 못할 시 초기 연구개발 비용과 조달 비용을 감수하고 개발했어도 글로벌 신약으로서 가치가 없게 되는데, 이 제도로 허가의 장벽을 빠르게 넘을 수 있습니다. 또 그간 희귀의약품은 굉장히 고가로 형성돼 환산하면 1년에 약 2억원의 비용으로 환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도 최근 희귀의약품에 굉장히 주력하는 추세입니다. 희귀의약품은 퍼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초의 혁신 신약)로 환자들 입장에선 중요하고 국가적 복지차원에서도 장려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희귀의약품은 적응증 확장으로 일반 의약품까지 확대해 사용량이 많아지고 결국 성장의 길을 걷게 된다. 때문에 국내 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의 타깃도 희귀의약품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조달비용 및 연구개발 비용 우려에 대해선 "국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선 위험분담제를 시행한다. 위험분담제는 빨리 등재시키고 난 후 효과가 없을 시 자금을 환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근이사는 "FDA에서는 기술의 진보성과 미충족의료수요(unmet medical use)에 따라서 인허가를 하는 등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미국을 따라가고 있는 추세"라며 "우리나라도 희귀 질환에 있어 급여 등재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때문에 희귀질환을 개발하는 회사에서 역점을 두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옥. (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