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감세 정책이 소비·투자 유입으로, 다시 세수 확충으로 이른바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정부의 낙수효과 논리에 부정적 시선이 팽배합니다. 감세가 투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상당합니다.
세수가 줄고 재정 지출이 감소하는 등 내수침체는 또 세수를 줄이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졌다고 지적합니다. 반면 자본시장을 활성화해 조달 비용을 내리고 기업 가치를 올리는 순환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측면이라는 전제를 달았습니다.
23일 <뉴스토마토>가 경제 전문가 5인을 대상으로 견해를 물어본 결과, 감세가 곧 소비·투자로 이어질 것이라는 정부의 '낙수효과' 판단에 대해 우려가 많았습니다.
23일 <뉴스토마토>가 경제 전문가 5인을 대상으로 견해를 물어본 결과, 감세가 곧 소비·투자로 이어질 것이라는 정부의 '낙수효과' 판단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사진은 딜링룸. (사진=뉴시스)
"낙수효과 주장, 1기 때와 판박이"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과거 경제부총리도 법인세를 내릴 때 똑같은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기재부는 법인세율을 내리면 5년간 30조원이 감소할 것이라고 했고, 결국 기재부의 주장이 맞았다"며 "세를 내리면 세수가 준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확하게 증명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실증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책을 해야 한다. 어떤 논문을 봐도 세율을 내렸는데, 세수가 줄지 않는다는 연구는 없다"며 "올해 통합재정수지는 마이너스 45조가 목표인데, 한국은 지출을 줄이고도 재정 건전성에 실패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은 세수가 줄어 재정 지출이 감소하고, 내수가 나빠져서 또 세수가 줄어드는 악순환의 굴레에 빠져있기 때문"이라며 "주식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예측가능성이 저해되는 것이다. 금투세의 경우도 실행하겠다고 여야합의가 끝난 상황에서 말을 바꾼 것으로 주식투자자 입장에서는 분노할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자본시장 활성화'…장기적 측면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단기적으로 보면, 세율을 줄이면 세금이 줄어드는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자본시장을 활성화해 조달 비용을 내리고 기업 가치를 올리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금융투자소득세의 경우도 당장 내년부터 시행하게 되면 '자본시장이 침체될 것이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금투세는 유지하는 게 맞지만 단순하게 볼 일은 아니다"며 "내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하면 단기적으로 매년 1조3000억원 정도의 돈이 들어온다. 그러나 이 돈을 얻고자 시행한다면 한국에 있는 투자자들이 외국으로 이동하는 등 자본이동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세금을 많이 걷는 곳에는 누구라도 기본적으로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홍 교수의 조언입니다. 그는 대만의 경우를 사례로 들었습니다.
홍 교수는 "대만의 경우도 1988년에 금투세 도입을 했지만, 바로 주가가 40%까지 내려가고 금융시장이 교란되는 등 상황이 어려워져 1년 뒤 번복한 역사가 있다"며 "소위 개미투자자들도 오히려 금투세를 없애는 심리를 드러내고 있다. 아직 한국의 자본시장의 불안전성이 있다는 인식이 투영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타 국가 대비 높은 법인세, 상징적 의미의 상속세를 낮춰야 할 것"이라며 "세수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방만한 재정 집행으로 낭비될 가능성을 낮추고 기업의 심리적 부담을 줄여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23일 <뉴스토마토>가 경제 전문가 5인을 대상으로 견해를 물어본 결과, 감세가 곧 소비·투자로 이어질 것이라는 정부의 '낙수효과' 판단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사진은 시민들 모습. (사진=뉴시스)
"감세한다고 없던 투자 안 생겨"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법인세 등을 깎아주고 낙수 효과를 누리자고 하는 논리는 19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유행이었다"며 "법인세를 쭉 낮춰왔지만 세계가 실물 투자를 많이 해 경제가 성장한 일은 없었다. 학자들에 의해 감세가 투자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들이 충분히 나온 상태"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고물가·고금리에 가용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정부가 제시하는 정책들이 가계의 경우 조금이라도 소비에 쓰일 수 있겠다"면서도 "하지만 곧장 이런 게 모여 소비가 증가한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거시경제적으로 소비 진작을 기대하는 건 과도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투자는 더욱 기대하기 쉽지 않다. 유동성이 마른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기업은 적고 다 과거에 계획된 투자만 예정대로 하는 정도일 것"이라며 "없던 투자를 일으킨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세금 감면으로 인해 즉각적인 투자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23일 <뉴스토마토>가 경제 전문가 5인을 대상으로 견해를 물어본 결과, 감세가 곧 소비·투자로 이어질 것이라는 정부의 '낙수효과' 판단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