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소희 기자] 글로벌 통상 변화·소비 부진·지정학적 대립·자연재해·사회 양극화 등 한국경제가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리스크와 관련된 정책 대응 실태는 '미흡'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국내외적 복합 위기 상황을 대응할 다각적·고도화 접근과 대응 체계 마련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25일 산업연구원이 공개한 '대외 리스크가 한국경제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대외 리스크 5대 부문 중 글로벌 실물경기 부진, 자금시장경색, 지정학적 대립, 다국적 기구 약화, 이상기후, 자원고갈, 고용 불안정, 전염병, 디지털 불균형 심화 등 27개 리스크 유형이 지목됐습니다.
대외 리스크 5대 부문은 '경제 리스크', '사회 리스크', '환경 리스크', '기술 리스크', '지정학 리스크' 등으로 미래(3년 내) 발생 가능성과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력의 상대적 위험도 평가를 통해 선별됐습니다.
25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대외 리스크가 한국경제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력으로 '경제 리스크' 등 5대 부분이 지목됐다. 표는 대외 리스크 세부 요인 현황. (표=뉴스토마토)
'경제 리스크' 타격 커
5대 리스크 요인 중 '경제 리스크'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 리스크의 세부 요인을 보면 세계 경기 부진, 유가·원자재 가격, 환율 변동, 물가 불안정, 자금시장 경색, 공급망 위기 등이 있습니다. 경제 리스크 요인들의 위험도가 높은 건 한국 경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요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경기 부진에 따른 구매력 저하, 전방 기기 수요 부진 등이 발생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비용 부담 등 산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사회·환경 리스크도 일정 부문의 부정적 영향력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사회 리스크는 사회 양극화·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의 발생이 우려됩니다.
환경 리스크는 자연재해·이상기후 등 기상 이변과 더불어 세계적인 친환경 전환 요구 강화 등이 산업계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기술·지정학 리스크는 향후 3년간 실현될 가능성은 적지만,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기술 리스크의 경우 사이버 범죄 등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대립은 미·중 갈등 격화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ICT 부진…기계는 지정학 대립
대외 리스크 요인은 국내 제조업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욱이 정보통신기술(ICT), 기계, 소재·신산업 등 업종별로는 각각 상이한 리스크 요인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ICT 업종의 가장 큰 리스크는 글로벌 경기 부진과 공급망 차질, 부채 위기·자급시장 경색 등입니다. 글로벌 경기 부진은 소비심리 약화에 따른 구매력 저하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공급망 불안 요인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에서 부정적 타격이 우려됩니다. 정보통신(IT) 기기 등 완성품 생산 차질로 인한 수요 둔화와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수요 위축 등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기계 업종의 최대 리스크 요인은 환율 불안정성과 지정학적 대립이 꼽힙니다. 자동차와 기계 업종의 제품 가격과 경쟁력·기업 실적은 환율 변동에 상대적으로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조선 업종에서 지정학적 대립으로 인한 국가간 무력 충돌 사태는 가장 우려스러운 분야입니다. 지정학적 위기는 수출시장 위축과 물동량 축소,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위축 등과 직결됩니다.
소재·신산업의 리스크 요인은 유가·원자재 가격과 기후변화 대응입니다. 유가·원자재 가격 변동은 소재 업종이 원유·원자재 등을 직접 소비하는 특성 때문입니다. 원재료 비용과 연관돼 수익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25일 산업연구원은 '대외 리스크가 한국경제 및 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대외 리스크 요인들이 국내 제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사진은 ICT 기술인 증강현실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대외 리스크 대응력 '미흡'
문제는 대외 리스크 대응력이 대부분 업종에서 미흡하다는 점입니다. 산업연구원이 제시한 경제 리스크 총 9개 세부 요인에 대한 정책 대응 평균 점수를 보면 40.88로 '미흡(41~60%)' 결론이 나왔습니다.
지정학 리스크에 대한 정책 대응 평균 점수는 45.93(미흡), 환경 리스크 37.44(매우 미흡), 사회 리스크 36.72(매우 미흡), 기술 리스크 45.46(미흡) 등의 순입니다.
부채 위기와 글로벌 실물경기 부진(경제), 천연자원 고갈과 자연재해·이상 기후(환경), 사회 결속력 약화·양극화와 글로벌 인구구조 변화(사회)에 대해 대응력은 부족성이 큰 유형으로 꼽힙니다.
때문에 가장 크게 우려되는 부문을 중심으로 리스크 간 연계 모니터링 강화, 부문별·산업별 맞춤형 대응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하나의 개별 리스크가 가지는 국지적인 영향에만 집중·대응보단 리스크 간 연계성·우선순위 등을 면밀하게 파악·분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나리오도 다각도로 설정, 데이터 분석 등 고도화된 방안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원복 산업연 부연구위원은 "최근에는 롤링 리세션(Rolling Recession·순차 침체)이 대두되면서 경기 불황이 한순간에 경제 전반과 전산업을 덮치지 않고 특정 분야·산업에서 시작된 경제 둔화가 여타 경제 부문으로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하나의 리스크가 경제 전반과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확산하는 시스템 리스크가 되지 않고 제한적이다. 문제는 우리가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연계성을 가지고 확산할 때 경제 모든 부문이 한순간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리스크 전염과 시스템 리스크를 경계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세종=김소희 기자 shk329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