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홈쇼핑에서 '푸드 스타일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집에서 각종 콩과 견과류를 이용해 30분 내로 두유를 만들 수 있는, 일명 두유 제조기입니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겨울에는 두유제조기로, 시원한 콩국수를 즐겨 먹는 여름에는 콩국수용 콩물 제조에 유용할 것 같습니다.
SNS에서도 두유 제조기 후기가 넘쳐납니다. '내돈내산'부터 '업체 홍보 SNS' 등 다양한데요. '시판 두유 맛이 아니다', '콩 비린내가 난다', '건강한 맛이다' 등 내용도 다채롭습니다. 따뜻한 콩물(두유)를 맛보게 돼 좋다는 반응과 생각보다 소리가 시끄럽다는 후기도 있습니다.
혹자는 두유 제조기가 에어프라이어를 잇는 홈쇼핑 히트 상품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에어프라이어가 뜨겁고 어렵고 처리하기 귀찮은 튀김요리를 대체하며 '에어프라이어용 냉동식품'까지 발매되는 등 새로운 식품군까지 만들어내며 주방필수가전이 된 것처럼요. 두유 제조기용 '콩', 두유 제조기용 '수프 재료'까지 발매되는 것 아닌지 궁금해집니다.
가정용 '두유 제조기'가 인기다. 지난해 열린 제10회 비건 페스티벌(Vegan Festival)에서 수제 두유가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는 중소업체들이 홈쇼핑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기술 장벽은 높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기업이나 중견 브랜드들도 이를 주목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동안은 지켜볼 거예요. 업체들도 홈쇼핑에서 얼마나 판매되고 있는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성이 있을지 등 다방면으로 검토하며 전략을 다듬고 있겠지요.
인기가 지속되면 결국 'LG 오브제 두유 제조기', '삼성 비스포크 두유 제조기'가 나오는 건 아닐지 걱정도 듭니다. 오브제 가습기도 나왔으니 오브제 두유 제조기도 가능성 있어 보이는데요. 비싸도 20만 원대면 살 수 있는 가습기에 오브제라는 이름이 붙으니 가격은 100만 원을 훌쩍 넘어가더군요. 물론 훨씬 세련되고 예쁜 디자인, 좀 더 깨끗한 가습이 가능할 것 같은 기능을 장착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80만원 넘는 가격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느냐엔 솔직히 물음표가 찍힙니다.
대형 가전사에서는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 변명하지만요. CES에서 첨단 기술을 선보이고, 세계 가전 시장을 이끄는 이들이 신기술이 탑재된 가전이 아닌 중국 OEM으로도 충분한 가전제품을 그들의 이름으로 출시하는 것은 조금 부끄러운 일 아닐까요. 거칠게 말하자면 가전생태계를 쌍끌이망으로 다 쓸어버리는 행위와 다를 바 없어 보여요.
오브제 두유 제조기, 비스포크 두유제조기는 반대예요. 대기업은 대기업만이 수행할 수 있는 난도 높은 R&D를 거쳐 첨단 기술의 가전이나 혁신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두유제조기는 중소 브랜드만으로 충분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