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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이후 멈춘 시대정신…끝내 정치 실종으로
노 전 대통령 전·후로 나뉜 '시대정신'
입력 : 2024-01-26 오후 5:26:43
[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시대정신'이 사라지자 정치 또한 실종됐습니다. 시대정신은 노 전 대통령의 임기 전·후로 나뉩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을 시작으로, 산업화와 민주화 등을 거쳐 노 전 대통령은 탈권위·국가균형발전 등의 시대정신을 앞세워 국정을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은 물론, 현 정부에서도 시대정신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시대정신을 찾을 수 없게 되자, 정치가 실종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정치 혐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해 5월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뉴시스)
 
'건국산업화민주화탈권위'로 이어진 시대정신
 
26일 정치권에서는 시대정신을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절대적인 정신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노 전 대통령의 전과 후로 나뉘고 있습니다. 광복 이후 1948년 취임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시대정신은 '국가정체성 회복'입니다. 이 전 대통령의 건국정신과 호국정신이 현재 성공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공산화를 거부하고, 민주주의라는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선택했습니다.
 
이후 1963년 취임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시대정신은 '경제개발'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을 달성할 수 있었던 기반은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와 근대화입니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은 국가 건설을 하려면 국민성을 바꿔야 한다고 했고, 새마을운동을 통해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캠페인을 통해 국민에게 자신감과 의지를 불어 넣었고, 경제 기적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나라가 발전하자 민주화에 대한 시대정신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민주화 시대정신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시작됐습니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가 시초가 됐습니다. 문민정부는 군인 출신이 아닌 일반 국민이 수립한 정부라는 뜻으로, 이전의 군사 출신 정권과의 차별성을 부각 시키고자 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민주화 시대정신으로 '햇볕정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정치적 안정을 원하고자 햇볕정책을 시작했는데요. 그 결과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6·15 남북공동선언은 남북 관계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도 있었습니다. 
 
시대정신을 마지막으로 보여준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탈권위주의'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는 집권 후 우리 사회 주류의 기득권과 특권을 축소했고, 국민 참여 정치와 행정을 과감하게 확대했습니다. 임기 내내 소탈하고, 진솔한 모습으로 국정을 수행했습니다.
 
과거 대통령들이 누렸던 '절대권력'을 포기하고, 탈권위를 실천한 대통령으로, 대통령 당선 전부터 "퇴근길에 남대문 시장에 들러 소주 한잔 나눌 수 있는 서민 대통령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는 평을 받습니다. 
 
또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강조한 '국가균형발전'은 수도권과 기득권층의 강력 반발에도 전국 시·도마다 혁신도시를 조성하고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 등을 이전 시켰습니다. 이런 정책 효과로 지방 세수와 인구가 늘어나면서 지역이 조금씩 활기를 띠었습니다. 당시 서울 인구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민주당 대표실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사진, 뉴시스)
 
후퇴하는 민주주의…국민 30% "여도 야도 싫다"
 
노 전 대통령 이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들에게서는 시대정신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시대정신이 사라지면서 일각에서는 대한민국의 정치가 실종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정치는 불확실성을 가능성으로 바꾸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경제와 안보, 사회, 환경 등 모든 영역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요점 정치를 향한 시대적 요구는 더욱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의 정치는 실종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19일 공표·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26%로 직전 조사보다 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전 국민의 약 30%가 '중도·무당층'에 속합니다. 이는 정치가 믿을 게 못 되고, 실종되면서 민주주의가 오히려 후퇴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정치가 실종하면서 역대급 '정치혐오'만 남았습니다. 이념에 종속된 양극단의 여론은 민주주의를 오히려 퇴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정치혐오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이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피습 등에 더해 더 큰 혐오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표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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