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걸음으로 전화방에 들어갑니다. 손잡이의 잠금장치까지 확인하고 난 뒤 이내 휴대폰 연락처와 명함 애플리케이션을 뒤져가며 애타게 누군가를 찾습니다.
조금은 긴장되는 마음으로 통화연결음이 어서 끝나기를 바랍니다. 때로는 전화를 걸자마자 기대했던 답변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한 시간이 넘도록 전화 연결조차 되지 않기도 합니다.
"교수님, 정부의 이런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연구원님, 이 수치가 내포하는 의미는 뭐라고 봐야하나요?"
전화 너머의 상대가 어떤 답변을 할 지는 알 수 없습니다. 현안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배경과 요점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기자가 그런 것도 모르냐'며 면박을 주는 이들도 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는 말실수를 한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이 들 때도 왕왕 있고요.
때로는 '이런 질문을 해도 되나' 하는 생각에 머뭇거리기도 하고 어떤 답변이 올지 뻔히 예상이 되지만 그럼에도 통화 버튼을 누르기도 합니다.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니 전화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씩 사그라들었습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됐을 때는 소소한 즐거움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시간에 쫓겨 두서없는 질문을 할 때도, 특별히 관심 있는 분야여서 집중을 할 때도 물음표는 결국 마침표와 느낌표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느낌표보다는 물음표가 더 많습니다. 더 많이 질문해야 하고 더 많이 만나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르는 것은 부끄럽지 않습니다. 다만 모르는 것을 알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더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수 있는 해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사진은 서울의 출근하는 직장인.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