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1회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에서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수정안)'이 가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일명 '김건희 특검법'(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공은 다시 국회로 돌아왔는데요. 국민의힘이 해당 법안들에 대한 키를 쥐고 있지만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있는 만큼 여론을 의식한 '이탈표'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서두르는 '국민의힘'…설 이후로 늦추려는 '민주당'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이미 거부권을 행사한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거부권 행사가 예고되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재표결에 부쳐집니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은 국회로 다시 돌아와 재의결 절차를 거치게 되는데요. 재적 의원 과반수가 출석하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대통령의 거부권과 무관하게 법률로 확정됩니다. 국회로 공이 돌아온 겁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르면 다음 달 1일 본회의에서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들에 대한 표결이 이뤄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김 의장은 지난 2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여야 사이에 그 문제를 두고 지금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그렇게 오래 끌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협상 당사자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계산이 다릅니다. 민주당은 쌍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동시에 표결한다는 구상입니다. 시점은 설 연휴가 지난 2월 중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의요구권에 대해 다루는 헌법 제53조에는 재표결에 대한 시기가 명시돼 있지 않은 탓입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꼼수 지연 중단하고 표결에 나서라"며 거듭해서 빠른 표결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총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쌍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재표결이 부담스러운 만큼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표결하자는 겁니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 2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대 변수 '총선'…공천 확정 땐 '여 이탈표' 불가피
지난달 28일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재석 180명에 180명 전원 찬성으로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쌍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통과를 위해서는 약 200석의 찬성표가 필요한데, 직전 투표를 고려할 때 국민의힘 내에서 20표가량의 이탈표가 발생하면 법률 확정 요건이 채워지게 됩니다.
변수는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입니다.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 쌍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반대하고 있지만, 재표결은 '무기명 투표'입니다. 민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총선 국면에서 여당 내 의원들의 이탈표를 여당 지도부가 단속하기 힘들어지는 겁니다.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과 관련해 여당 내에서도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만큼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이탈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경우 사안이 다르지만 20표가량의 이탈표가 발생하면 법안이 통과된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민심이 반응하고 있는 쌍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폐기될 경우 총선에 미칠 파장을 지역구 의원들 입장에서는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새누리당은 과반인 152석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수 없는 구조였지만 민심이 악화하면서 찬성표는 234표였습니다. 새누리당 내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발생한 겁니다.
이번에는 총선을 앞두고 현역 의원들의 공천 문제까지 걸려있습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역구 253곳의 총선 신청 접수를 시작해 다음 달 3일 마감할 예정인데요. 이때 우선 추천(전략 공천) 지역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결국 공천 확정 이후에 쌍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표결이 부쳐지면 공천에 탈락한 의원들이 찬성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민주당도 공천 탈락자를 '이탈표'로 보고 최대한 시기를 늦추고 있는데요. 여당 내부에서도 이같은 후폭풍을 고려해 공천 시기를 늦추는 모양새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