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공시公示'는 사업내용이나 재무상황, 영업실적 등 기업의 경영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 투명하게 알리는 제도인데요. 연예인들을 발굴해 훈련하는 일을 하거나 소속된 연예인을 관리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를 의미했던 연예 기획사가 어느덧 K팝 성장과 함께 글로벌 엔터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엔터 기업의 정보 공개는 '깜깜이' 수준입니다. 대형 엔터 기업이 상장사임에도 투자자들은 '지라시' 등을 통해 아티스트 관련 정보를 접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투명한 정보 공개를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공시 관련 개선점을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블랙핑크 곧 좋은 소식 발표 나올 듯. 완전체로 재계약했다는 루머가 여의도 매니저들 사이에서 돌았음. 리사 제외 3명은 확실한 것 같음. 리사 계약서도 일단은 준비는 해놓은 상태에서 이번 주 최종 조율하고 있는 상황인 듯. 이번 주 발표가 나온다면 상승 탄력 좋을 듯."
지난달 24일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유포된 지라시 내용 캡처
지난달 하순 업계 내부에 돌았던 지라시(사설정보지)내용입니다. 지난해 12월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YG엔터)는 블랙핑크와 그룹활동 재계약 체결 소식을 알리면서 멤버들의 개별 활동은 체결하지 않았다고 알린 바 있는데요. 한 달이 지난 시점에 이런 내용의 지라시가 돌았다는 것은 개별 활동과 관련한 추가 계약이 있을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특히 이 지라시가 돌았던 시점은 YG엔터 최대 주주인 양현석 총괄프로듀서가 200억원대 자사주를 장내 매수한 직후였습니다. 블랙핑크 개별 활동 재계약과 관련한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와 연결될 수도 있는 부분인 만큼 추가 확인 결과 예전에 돌았던 지라시로 판명됐습니다.
YG는 블랙핑크 재계약 관련한 공시를 지난 12월 6일에 했습니다. 투자판단 관련 주요 경영사항 공시에서 '블랙핑크 멤버 4인 전원의 그룹 전속 계약 체결'이라고 기재한 겁니다. 다만 개인별 계약 무산에 대한 별도 내용은 없었는데요. 개별활동 계약에 대한 가능성이 남아 있어 사실상 완전한 공시라고 보기 어려운 셈입니다. 투자에 혼선을 줄 수 있는 정보가 담긴 지라시가 여전히 돌고 있던 이유입니다.
공시 중요 인식 미흡한 엔터사
YG엔터는 실무자의 실수인지 공시가 잘못 표기되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YG엔터는 지난달 24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가 자사주 200억원 어치를 매입했다는 공시를 내놨습니다. 관련 지분 공시는 2건이었는데, 공시 내 중요 정보가 잘못 기재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두 공시 모두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가 자사주를 3거래일에 거쳐 장내 매수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량보유의 경우 '체결일'(매매일)을 기준으로, 주요주주에서는 '결제일'을 기준으로 작성돼야 하는데요. 즉 매매일의 2거래일 후로 표기돼야 하는 겁니다. YG엔터의 주요주주 지분공시의 경우 양 총괄 프로듀서의 주식 변동일은 '결제일'을 기준으로 22일, 23일, 24일로 작성해야 맞습니다. 하지만 공시는 체결일과 동일한 18일, 19일, 22일로 기재됐습니다.
한 엔터업계 홍보 관계자는 "지금은 엔터기업이라고 불리지만 연예기획사로 출발한 대부분의 엔터사는 여전히 홍보 업무가 아티스트 위주지 기업 홍보나 IR 전담 조직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최근에서야 관련 인력을 보강하는 추세"라고 밝혔습니다.
일감 몰아주기·아티스트 정보 공개 불투명
주요 내부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점은 타 엔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에스엠(041510)(SM엔터)의 경우 이수만 전 프로듀서가 라이크기획이라는 개인 기업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는데요. SM엔터가 라이크기획에 인세 명목으로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총 1741억원을 떼어줬기 때문입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라이크기획으로 흘러간 돈만 255억원으로 그 해 SM엔터 연결 영업이익(910억원)의 28%에 이릅니다. SM엔터의 자산 규모가 대기업 집단 기준보다 낮아 계열사 사익 편취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점이 원인으로 지목됐습니다.
하이브(352820)도 대표 아티스트인 BTS 단체활동 중단 소식을 새벽 유튜브 채널로 먼저 공개하면서 공시 위반 논란을 촉발시킨 바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단체활동 중단 사실이 발표 전 3거래일 동안 하이브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내부정보를 활용한 매매 의혹이 불거졌는데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의 조사 결과 하이브 직원 3명이 단체활동 중단소식 발표 전 보유주식을 매도해 2억3000만원 가량의 손실을 회피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금감원은 "상장 연예기획사는 핵심 아티스트의 활동계획이 주요 경영 사항으로 회사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수 있다"며 "회사는 관련 정보가 적시에 올바른 방법을 통해 일반투자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