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삼성 노동조합의 세력이 점점 커지면서 그룹 내부에서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삼성의 주력 사업인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노사 갈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삼성그룹내 다른 계열사에도 여파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 사측과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노조들 사이에서 임금 인상과 성과급 등을 두고 강하게 충돌하고 있습니다. 이들 노조는 사측에 파업 경고까지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의 임금협상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른 계열사들의 협상까지 연기될 수 있습니다. 계열사 중 맏형 격인 삼성전자의 임금 협상이 늦어지면서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계열사들도 임금 협상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삼성전자의 임금 인사 수준에 준하는 인상 폭이 계열사의 임금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노동조합 측이 삼성전자의 임금 협상과 별도로 사측에 임금 협상을 요구하는 계열사도 있는데요.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동조합은 최근 5차 임금 교섭에서 삼성전자와 다른 임금 인상기준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디스플레이 노조는 사측과 임금협상이 결렬돼 쟁의 행위 준비 수순을 밟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영향은 삼성그룹내 다른 사업장에도 생길 수 있습니다. 한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노조의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다"며 세력이 점점 커지는 삼성그룹 노조를 견제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최근에는 삼성 계열사 4곳이 뭉친 '초기업 노조'가 생기면서 그룹내 다른 사업장에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초기업 노조에 참가하는 노조는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 노조와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등 4곳 입니다.
삼성 계열사에서 통합 노조 설립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통합 노조에서는 계열사별 노조가 지부가 되고, 각 노조위원장이 지부장이 되는 구조입니다. 단체협약 체결 권한은 통합노조 집행부에 주어집니다. 4곳에 추가적으로 노조가 가입할 경우 교섭력이 강화되는 만큼 사측은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6일 오후 출국을 위해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삼성 노조의 세력이 강화하고 있는 데는 2020년 5월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던 이재용 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더 이상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을 했는데요.
이러한 선언은 노조 설립을 막는 것이 시대 흐름상 불가능하다는 인식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삼성전자에만 교섭대표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 삼성전자사무직노조, 삼성전자구미노조, 삼성전자노조 동행 등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아직 노사협의회를 노조를 대신할 존재로 관리해 오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노사협의회의 존재에 따른 노조의 불만도 쌓여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