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삼성전자가 '오픈랜(개방형 무선접속망·Open RAN)' 솔루션을 앞세워 캐나다와 미국 등 북미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로 불리는 오픈랜 시장을 선점해 화웨이와 에릭슨, 노키아 3사가 장악한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한다는 구상입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용화를 목표로 캐나다 통신사업자인 텔러스와 함께 상반기 중 캐나다 최초 오픈랜 가상화 기지국을 구축할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공개한 최신 솔루션 LTE·5G용 vRAN(가상화 무선접속망) 3.0 소프트웨어(SW)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vRAN은 글로벌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오픈랜(Open RAN) 도입에 속도를 내면서 차세대 통신장비 시장 핵심 솔루션으로 떠올랐습니다. 오픈랜은 특정 네트워크 장비 제조사에 대한 종속성을 탈피하기 위해 무선접속망 인턴페이스와 SW를 개방형 표준으로 구축하는 기술입니다.
vRAN은 기지국 접속망 장비를 하드웨어(HW) 대신 범용 서버에 설치하는 SW 형태로 구현합니다. 그동안 기지국별로 이뤄지던 데이터 처리 기능을 한곳에 모아 관리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이전 버전보다 성능을 최적화하고, 절전 역량을 개선한 vRAN 3.0을 통신사업자에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텔러스는 이미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 vRAN과 오픈랜 관련 테스트를 마쳤으며, 삼성전자의 vRAN 솔루션을 기반으로 하는 멀티 벤더 오픈랜 기술의 통신 성능·신뢰성 검증도 완료했습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12월 캐나다 통신장비 시장에 진출한 후 이듬해인 6월 텔러스와 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는 미국 주요 통신사인 버라이즌과도 오픈랜 적합성 및 상호 운용성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 인근 삼성전자 연구소에서 실행된 이번 실험에는 삼성전자의 최신 통신 장비가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자사의 vRAN 솔루션을 통해 버라이즌의 첫 5G-C밴드 네트워크 상용화를 지원한 바 있습니다.
업계는 오픈랜 생태계 확장이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 입장에서 통신장비 시장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통신사업자가 2022~2030년까지 오픈랜에 투입할 누적 투자액은 300억달러(약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전자는 vRAN 솔루션 역량을 강화,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후발 주자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계획입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 화웨이와 스웨덴 에릭슨, 핀란드 노키아 등 3사는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0% 미만으로 알려졌습니다.
신지하 기자 a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