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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면접과 바프
입력 : 2024-02-20 오후 5:55:14
대학원을 마치고 취업 시장에 좀 늦게 뛰어 들었는데요. 예전에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출범 당시 1기 저널리스트를 채용할 때 자기소개서를 영상으로 제출하게 했습니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멤버들이 자기소개 영상을 제작하는 편이 있었는데,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며 신문을 보는 등 하루 일과를 담은 장면이 기억났습니다.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하는 현대 직장인의 모습 같달까요.
 
그래서 언론사 취업을 위한 자기 소개 영상에 집 근처 수영장에서 한 레인을 접영으로 헤엄쳐 온 뒤 수경을 벗고 나라는 사람에 대해 소개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5차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는데, 당시 4차 실무 평가에서 한 심사위원이 저의 자기소개 영상이 재미있었다는 평가를 했어요.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지원자가 잔뜩 경계의 눈초리로 “아니, 언니 수영복을 입은 거예요?”라고 하길래 “내가 무슨 금발이 너무해의 리즈 위더스푼인줄 아냐”고 답했지요. 
 
지난 2001년 개봉한 영화 ‘금발이 너무해’는 코미디 영화인데요. 주인공 리즈 위더스푼은 하버드 로스쿨에 진학하는 금발소녀 역할을 맡았습니다. 하버드에 입학하게 된 남자친구로부터 멍청한 면이 싫다면서 일방적으로 이별 통보를 받았기 때문인데요. 엉뚱 발랄한 캐릭터의 주인공은 고득점 성적표와 함께 수영복 동영상을 에세이의 형태로 하버드에 제출했고 어쩌다 보니 합격하게 됩니다.
 
2020년대 사회·문화 전반적으로 'MZ세대'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남다른 경험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특성을 가져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KBS2에서는 최근 MZ세대 본격 관찰 예능프로그램인 '요즘 것들이 수상해'를 내놓았는데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 프로그램이 MZ세대를 심도 있게 다루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성향이 다른 이전 세대와의 마찰도 존재해 'MZ세대'하면 “요새 젊은 사람들”로 불리면서 유독 개성이 강한 세대로 비춰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직장에서 상명하복 문화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으로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그려지고 있기도 합니다.
 
MZ의 개성이 어느 정도인지 최근 홍보업계 관계자로부터 얘기를 들었는데요. 엔터업계 홍보대행사인 만큼 보수적인 대기업과는 문화가 다르긴 할 겁니다. PT 면접에서 자기소개에 MBTI는 기본이고 바디프로필(바프)을 제출한다고 해요. 면접관들은 갑자기 살색으로 바뀌는 화면에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엉뚱하고 당찬 모습이 하버드에 수영복 영상을 에세이로 제출한 2001년 영화 속 주인공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영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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