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유미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9차례 연속 동결했음에도 여전히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은은 물가가 여전히 불안하다며 상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부인하면서도 통화정책 전환 신호도 동시에 보냈습니다.
한은 금통위는 22일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작년 2월 이후 아홉 차례 연속 동결입니다.ㄹ5ㅇ
금통위는 물가가 지난달 2%대 후반으로 하락하는 등 둔화 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안정 목표에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부족하고, 대내외 정책 여건의 불확실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번 결정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상반기 내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희미하나마 의미있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보였는데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는 "물가상승률이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국제유가 변동, 가계부채 추이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도 점검해 볼 필요가 있어 현재의 긴축적인 수준서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의결문에서 "물가상승률이 기조적인 둔화 흐름을 지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전망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인 만큼"이라고 언급했는데요. 이번 의결문에서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문구가 삭제된 것입니다.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서는 농산물가격 상승 등으로 일시적으로 소폭 높아졌다가 이후 다시 완만히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연간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1월 전망과 비교해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2.2%로 제시했는데요. 한은의 근원물가 둔화 전망은 인하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입니다.
이 총재는 통화 정책 전환 여부를 결정할 시점을 5월께로 예상했습니다. 그는 "5월에 경제 전망을 할 때 그 숫자를 보고 (금리 인하 시기를) 판단할 것"이라며 "5월 전망이 중요할 것 같으며 5월 경제 전망 시 국내 요인이 예상대로 가는지를 봐야 정책 방향이 명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금리 결정은 표면적으로는 금통위원 전원일치였지만, 논의 과정에서 일부 위원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위원은 소비가 당초 전망보다 부진해서 물가 압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이고, 내수 부진에 사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는 근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신유미 기자 yumix@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