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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2월 23일 19:3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하고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한
태영건설(009410)이 채권단의 유동성 지원으로 한숨을 돌렸다. 여기에 태영그룹이 추진하던 골프장 매각까지 극적으로 성사되며 워크아웃 순항에 힘을 얻고 있다.
‘마통’으로 숨통 틔인 태영건설…협력사 유동성도 확보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이날 2차 채권자협의회를 통해 태영건설에 4000억원 규모 한도대출 지원과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외담대) 조기 상환 안을 서면으로 의결했다. 75% 이상의 금융채권자 찬성을 얻어 가결 요건이 충족됐다.
이번 4000억원 규모 한도대출은 태영건설의 경영 정상화 계획이 마련되기 이전 자회사 매각 등이 늦어져 부족해진 운영자금을 신속히 조달할 수 있도록 일종의 ‘마이너스통장’을 지원해 주는 개념이다. 산업은행이 대출 자금을 전액 지원하고, 손실 발생 시 산은과 5대 시중은행이 정해진 비율대로 손실을 부담하는 구조다. 금리는 연 4.6%, 대출기한은 올해 5월30일로 확정됐다.
태영건설은 이를 위해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363280)가 보유한
SBS(034120) 주식 556만6017주와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의 티와이홀딩스 주식(1282만7810주), 윤세영 창업회장의 티와이홀딩스 주식(26만6955주), 블루원 주식(507만2912주), 태영건설 소유 부동산 등을 담보로 제공했다.
또한 태영건설의 외담대 조기 상환 여부도 이날 협의회에서 의결됐다. 외담대는 원청사가 지급한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협력업체가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대출이다. 그런데 태영건설은 지난해 12월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 상거래채권 가운데 외담대 451억원을 상환하지 않았다. 이날 의결로 협력사들 역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산업은행은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 등과 병행해 태영그룹도 블루원 자산유동화 등 자구계획을 진행 중”이라며 “이달 말까지 자구계획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태영건설 앞으로 대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워크아웃 신청 당시 약속했던대로 티와이홀딩스와 SBS, 블루원 등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자구안을 성실히 이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프장 ‘극적 매각’으로 유동성 추가 확보
티와이홀딩스는 이날 블루원이 보유한 용인CC와 상주CC 등 골프장 2곳의 자산유동화를 통해 약 1400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블루원은 지난해 9월 기준 티와이홀딩스가 지분 87.7%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블루원은 당초 2곳의 골프장을 마크자산운용에 매각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순위 담보대출에 대한 양측의 이견으로 ‘딜 클로징’된 바 있다.
이에 블루원은 매각 대신 3년 만기의 세일즈 앤 리스 백(Sales&Lease back) 방식으로 용인CC, 상주CC의 유동화에 나섰다. 매각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돼 단기간에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졌고, 최근 골프장의 홀당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등 매각 여건이 악화됨에 따라 이 같은 방식을 채택했다는 설명이다. 두 골프장 자산유동화에는 중견건설사인 H사가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와이홀딩스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지난달부터 마크자산운용과 골프장의 자산유동화를 추진했지만, 다수의 펀드 투자자를 모집해 약정하는데 시간이 지체되던 중 H사 등 다른 투자자들이 나타나며 협의가 급속도로 진행됐다”라고 설명했다. 티와이홀딩스와 H사가 자산유동화 계약 이후 대금 지급까지 걸린 시일은 열흘 정도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태영건설이 지분을 100% 보유한 루나엑스CC와 디아너스CC의 매각 작업도 진행 중이다. 태영그룹은 최근 이들 골프장에 대한 예비입찰을 마감하고 6~7곳의 후보들로부터 인수의향서를 접수했다.
그룹은 루나엑스CC와 디아너스CC를 각각 1500억원, 3200억원에 매각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루나엑스CC의 경우 지난해 3월 태영건설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 조성한 2800억원 규모 펀드에 담보로 잡혀 있어 매각 대금은 대부분 한국투자증권에게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태영건설은 오는 4월까지로 예정된 채권단의 부채 실사 이전까지 최대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후 4~5월께 채권단협의회를 거쳐 기업개선계획 이행 약정을 체결해야 워크아웃이 진행된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